아름다운 노랫말⑬ 김현식 〈비오는 날의 수채화〉
에세이 제1146호(2020.11.6)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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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5 23:53 | 최종 수정 2020.11.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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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강인원 작사, 작곡에 강인원, 권인하, 김현식, 신형원의 4인조 혼성그룹이 노래한 곡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김현식과 권인하가 각각 독창으로 부르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저는 처음 신형원의 여자목소리까지 깔린 바탕에 김현식의 거칠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이 끌고나가는 버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김현식의 절명곡인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으면서 저는 이미 병이 깊어 저렇게 거친 숨소리가 어떻게 사람의 가슴을 그리 절실하게 긁어대는지 늘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또 어떤 경우 한참 장대비가 내리다 문득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지면서 노랗고 밝은 기운이 빗속으로 번지다 문득 무지개가 뜨는 것 같이 은은하고 촉촉하게 가슴을 가득히 채우는 뿌듯함은 인간의 숙명인 고달픈 삶과 은은한 슬픔이 오래 숙성되어 조금씩 죽음의 그림자로 다가오는 절망, 이미 모든 걸 비우고 체념하면 그 죽음의 향기마저 감미롭다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발휘된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이제 자신의 사랑이나 아픔을 떠나 자기가 두고 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 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한 단계 더 확장된 기쁨과 평온을 갈망하며 세상의 모든 이웃에게 나누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는,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콜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세상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그냥 듣기만 해도 따뜻한 손길, 다정한 숨결이 느껴지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기를 열망하다 조용히 숨을 거둔 타고난 가객인 것입니다.
노래 전체의 멜로디나 가사가 다 아름답지만 굳이 방점을 찍는다면
세상사람 모두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로서는 부족한지
욕심 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의 마무리 부분입니다. 아마도 그가 숨을 거둘 때는 참으로 평온하고 행복한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가사 1절을 올립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 작사·작곡 강인원, 노래 김현식 강인원 권인하 신형원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콜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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