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72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 첫 감자 캐는 날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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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5 10:03 | 최종 수정 2021.06.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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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아 무료하고 출출해진 제가 감자 뿌리가 얼마나 들었는지 살그머니 파 보니 흰 감자, 붉은 감자가 다들 소복하게 알이 들었습니다.
어제 비바람에 덜렁거리던 오이덩굴을 감아주면서 보아두었던 첫물 오이 두 개까지 따오다 기분이 좋아져 노란 꽃 한 송이를 걸쳐 사진을 찍었습니다.
성당에 간 아내가 돌아오면 감자를 찌고 냉국을 만들어 조촐한 점심상을 차려줄 것입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주먹만큼 맺힌 토마토와 가지, 애호박과 단 호박이 나오고 청양, 꽈리, 오이고추 삼총사와 가지가 쏟아지고 옥수수가 익으면 푸짐하고 행복한 여름이 될 것입니다.
오래 된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
강냉이가 익으면 함께 와 자셔도 좋소.
란 구절이 있는데 정말 언제라도 우리 집에 오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올해 처음 심어본 수박도 두 포기가 있는데 만약 수박농사에 성공을 한다면 화룡첨정(畫龍添丁)이 될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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