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66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자주색 창포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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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16:42 | 최종 수정 2021.06.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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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검사를 받느라고 한 이틀 집을 비운 사이에 언제 어디서 얻어다 심은 지도 모르는 자주색 창포가 처음으로 환하게 피어 마치 제가 주인인양 뜨락을 돌아보는 내외를 반겼습니다.
거기다 지금껏 접시꽃과 서양 달맞이꽃 같이 꽃송이가 크거나 함부로 번져가는 너무 왕성한 꽃 사이에 청초하고 갸름한 자주 빛 쪽진 머리의 신비한 매력으로 다가와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다 달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이나 넋을 놓고 들여다보다 문득 창포가 붓꽃으로 불린다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요. 아래쪽 사진의 끝이 뾰족한 봉오리를 좀 보십시오. 국민학교 4학년 땐가 서예를 첨 배울 때 벼루에 먹을 갈고 습자지를 펴고 처음으로 자기이름을 써보려다 연필인줄 착각을 하고 저도 몰래 입으로 빨아서 입술이 새까맣게 변하던 그 붓꼬리를 영판 닮았지 않습니까?
저 예쁜 꽃을 혼자 보기가 아까워 내년 봄에는 고든골 ‘금란화원’(여류작가 고금란 씨 莊園)>으로 몇 포기 보낼 작정입니다.
<시인,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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