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60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비갠 아침의 미인들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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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16:33 | 최종 수정 2021.06.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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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의 중원(中原)이 되어 장구한 역사를 이어온 중국에서 사대미인을 꼽으라면 보통 양귀비(楊貴妃),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서시(西施)를 꼽습니다.
그리고 보다 신비하고 신격화된 개념으로 ‘월궁항아(月宮姮娥)’를 설정하기도 했고 시선 이태백은 ‘물에서 건저 낸 달’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성급한 무더위와 가뭄이 한동안 지속되다 어제 종일 비가 내리고 날이 밝은 우리 집 뜰 안에 수많은 꽃들이 곱게 머리를 감거나 붉게 성적(成赤, 화장)을 하고 또 어떤 꽃은 비에 씻긴 해맑은 얼굴로 울다 그친 여아(女兒)같은 표정으로 늙은 사내의 눈길을 잡아끕니다.
제가 늙어 겨우 마련한 초려(草廬)를 ‘명촌별서’라고, 그러니까 퇴직한 관리가 아무 욕심 없이 조용히 살다죽는 오두막인 별서(別墅)로 이름 지었는데 오늘은 어느 왕이나 재산가가 권세를 자랑하기 위해 수많은 미인을 모아 가무풍악을 펼치는 별장(別莊)에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 듭니다.
비개인 아침을 장식하는 우리 집 4대 미인 달리아, 백일홍, 접시꽃, 창포를 소개하며 달리아와 접시꽃을 올립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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