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53 봄날은 간다 - 앵두나무 우물가에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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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9 15:30 | 최종 수정 2021.05.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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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에서 6월 초에 절정을 이루는 앵두나무를 소개합니다.
우리 적에는 유행가 <앵두나무 우물가에>처럼 우물가에 앵두나무가 많았는데 하얗게 피어 분홍으로 변하는 꽃도 예쁘고 열매도 탐스럽지만 해거름이나 이른 새벽 앵두나무 우물가에는 왜 자꾸 검은 고양이가 지나가는지 앵두나무란 말은 곧 소름이 끼치는 무섬기와 통했습니다.
우리 집 화단에 화초사마 조그만 앵두나무를 심은 지 3년 만에 저렇게 탐스럽게 열매가 열었습니다. 예쁜 모양만큼 달고 맛있는 건 아니지만 싱그러운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열매를 한줌 따서 입에 넣어도 목구멍에 넘어가는 것은 별로 없고 이빨사이에 끼는 씨앗만 한참 뱉어야 하니 과히 먹을 바가 아닙니다.
속담에 <모과도 과일이고 멸치도 생선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과히 과일전의 망신감입니다.
그러나 <울산아리랑>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앵두 같은 내 입술에 그대 이름 새겨놓고>란 가사처럼 참으로 붉고 아름다운 건 틀림이 없습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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