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51 봄날은 간다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이득수 승인 2021.05.19 15:19 | 최종 수정 2021.05.25 15:59 의견 0
뻐꾸기
뻐꾸기

신록이 우거질 때 쯤 유난히 시끄럽게 우는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잡았습니다. 동영상으로 새소리를 잡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건 마침 어떤 새소리가 들려 휴대폰을 꺼내면 일순 쥐죽은 듯 조용하다 포기할 때쯤이면 문득 다시 울어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까막까치 같은 엉뚱한 새소리나 들에서 일하는 농기계의 굉음이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오늘의 주인공을 보세요. 저의 그런 걱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 의연하게 자리를 잡고 뻐꾹뻐꾹 또렷하게 우는 것은 물론 마지막에 나무 위로 날아가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훌륭한 모델입니다.

그럼 뻐꾸기는 왜 저렇게 극성스럽게 우는 것일까요?

둥지를 지을 줄 모르는 뻐꾸기는 자기의 알을 아주 조그만 새인 딱새나 뱁새(붉은 머리 오목눈이)의 둥지에 몰래 낳는 탁란(托卵)을 합니다. 그 조그만 뱁새가 남의 자식의 입에 날마다 벌레를 잡아먹이며 자기보다 수십 배나 큰 뻐꾸기로 키웁니다. 눈물겨운 모성애로 남의 새끼를 키우느라 정작 자기 새끼는 뻐꾸기 새끼에게 희생되고 맙니다.

뱁새가 새끼 뻐꾸기를 키우느라 봄이 가는 동안 어미 뻐꾸기는 멀찍이서 극성스레 울어 뱁새가 키우는 새끼에게 자신의 울음소리를 각인시키고, 다 자랐다 싶으면 새끼를 빼내어 월동지인 남쪽 나라로 날아갑니다. 뻔뻔하고 괘씸한 녀석입니다. 도리는 아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겠지요. 그게 생태계니까요.

그런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외국영화가 나오더니 그걸 본떠서 우리나라의 유명가수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대중가요를 부른 일이 다 있습니다. 뻐꾸기 둥지가 존재하지 않는 데도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가 매우 친숙하게 생각하는 뻐꾸기는 참으로 황당한 존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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