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57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이득수 승인 2021.05.26 14:42 | 최종 수정 2021.06.02 09:45 의견 0
세 손녀, 가화 우화 현서

간밤에 비가 내리더니 해가 뜨면서 너무나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 잠깐 마우스를 내려놓고 뜰로 나왔습니다. 울다만 아이처럼 여러 꽃과 풀잎, 나뭇잎까지 눈물자국 같은 이슬을 매달고 햇빛에 반사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대여섯 가지 새가 울고...

상쾌하다 못해 황홀한 기분으로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유감스럽게 이슬방울은 찍히지 않고 눈이 부시게 푸르던 하늘과 건너 산은 너무 평범하게 나와 이번에는 새소리를 담으려 하니 실제로 듣는 소리와 동영상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크기가 달라 절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인데 어떤 사진을 올릴까 고민하다 마침내 결정이 났습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일곱 살짜리 두 손녀가 노는 모습, 아마도 스스로는 그날이 제 삶의 가장 눈부신 날인지도 모르는 저 천진한 두 아이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미당의 시 <푸르른 날>와 송창식의 노래 <푸르른 날>을 올립니다.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꽃 자리
초록이 지치어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송창식의 <푸르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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