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46 봄날은 간다 - 흑싸리 쭉지에도 차지 못할
이득수
승인
2021.05.16 15:47 | 최종 수정 2021.05.21 13:48
의견
0
사진에 보이는 저 우아한 황금빛의 꽃 이름을 아시나요? 바로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로 비유되는 흑싸리 쭉지의 흑싸리꽃 입니다. 사실 농촌에서 오래 살거나 특별한 관심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주로 찌질한 물가에 서식하는 흑싸리를 알거나 보신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흑싸리를 자세히 관찰하면 이름처럼 검정 꽃타래가 올라오는데 차츰 고동색이라는 아주 조금 자주 빛이 비치는 투명한 색깔로 변하다 어느 순간 빌로드처럼 폭신한 느낌의 자주 빛 꽃술이 올라오고 마침내 황금빛의 꽃잎이 벌어지는데 그 변화과정의 화려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괜한 이유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흑싸리 꽃이나 오동나무 꽃이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이렇게 찬밥신세가 되다보니 흑싸리가 들어가는 시나 노래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소설인가 드라마에서 언뜻 본 듯한 기억을 간신히 살려 노래가사 하나 올립니다.
산 팔자 물 팔자
산이라면 넘어 주마
물이라면 건너 주마
내 청춘 가는 길은
산길이냐 물길이냐
흑싸리 쭉지에도
차지 못할 내 신세
인심이나 쓰고 살자
인정으로 살아가자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