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36 봄날은 간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

이득수 승인 2021.05.05 11:04 | 최종 수정 2021.05.12 18:56 의견 0
어치(산까치)
어치(산까치)

새목등이라는 등산로에서 발견된 모습으로 솔잎이 켜켜이 쌓인 길바닥에 검고 흰 산새의 날개와 솜털이 흩어져 있습니다.

사흘 전쯤 이 길을 걸을 때는 없었는데 그 사이 이 숲의 가족인 어치 같은 새 한마리가 지배자인 맹금류에게 당한 모양입니다.

주봉인 간월산을 중심으로 배내봉과 저승골을 거쳐 밝얼산과 명촌리 뒷산, 말봉인 부로산 일대를 영역으로 황조롱이와 부엉이, 올빼미, 매, 새호리기 등이 살아가니 그 중의 한 놈이 산새 중에서 비교적 숫자도 많고 덩치가 큰 산까치(어치)를 한 마리 해치운 모양입니다.

산까치라고 불리는 어치는 흑백 단색의 절묘한 배합으로 한국의 새 중에서 가장 산뜻한 디자인으로 꼽히는 까치, 그 울음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손님이나 소식이 온다고 사랑받아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는 까치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김새나 살아가는 전혀 방식은 다릅니다.

우선 까치가 인가에 가까이 살며 마을입구의 버드나무나 은행나무, 심지어 전봇대에 집을 짓고 쓰레기장에 버려진 음식물과 옥수수 등 사람에 의존하여 먹고 살지만 어치는 주로 숲에서 살아갑니다. 동그란 머리와 등이 베이지색이며 날개는 일반까치처럼 희고 검은 무니가 있으나 그 앞쪽에 청남색의 포인트가 있어 외견상으로도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입니다.

그리고 머리가 좋으면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지나가는 등산객이 서로 부르는 소리를 흉내내기를 좋아해 사람들과도 꽤 친숙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등산로에서 흔히 만나는 오렌지색 머리에 날개가 화려한 새가 바로 산까치입니다.

어치(산까치) 잔해 일부 [사진 이득수]

그런데 문제는 매나 올빼미 같은 육식조류는 이 덩치가 크고 경계심이 적고 화려해서 눈에 잘 띄는 새를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이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식은 쥐, 뱀, 개구리, 새 등인데 이 새고기의 주요 공급자가 바로 산까치(어치)인 것입니다.

아마존의 밀림에서는 뱀이나 개구리 혹은 새 중에서 그 빛깔이 화려한 것은 주로 맹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가장 화려한 빛깔의 꽃뱀(너불대)나 어치가 아무런 독이나 특별한 방어수단이 없이 먹이사슬의 희생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늘 가난과 핍박에 시달려도 그 모든 걸 감수하고 묵묵히 살아온 우리네 조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칠십 전후의 사내들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군부대나 훈련소에는 지금의 국민애창곡 <소양강 처녀>가 선풍을 일으켰는데 지금은 많이 잊어졌지만 또 한 곡의 애창곡 최안순의 <산까치야>라는 노래가 있어 저 같은 시골출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습니다.

오래 된 기억속의 <산까치야> 1절을 올립니다.

산까치야, 산까치야, 어디로 날아가니
네가 울면 우리 님이 오신다는데
너 마저 울다 저 산 너머 날아 가면은
우리 님은 언제 오나
너라도 내 곁에 있어다오.

平里 이득수
平里 이득수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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