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29 봄날은 간다 - 하얀 찔레꽃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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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17:13 | 최종 수정 2021.05.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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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촌리의 봄 한철을 장식하는 하얀 찔레꽃입니다. 수수한 이름입니다만 가까이서 보면 꽃송이 하나하나마다 다섯 개의 꽃잎 한가운데 노란 꽃술도 고운 너무나 청초하고도 단아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다섯 개의 꽃잎이 하나씩 찢어지거나 떨어지는 모습이 역시 서럽고 안타까운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우연히 <엄마가 일 가는 길 하얀 찔레꽃>이란 노래를 듣고 멜로디가 매우 귀에 익은 것 같아 곰곰 생각해보니 <창밖에 귀뚜라미 슬피 우는 밤 기러기 떼 기럭기럭...>여자아이의 청아한 목소리가 몹시도 서러운 <가을밤>과 같았습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보통 찔레꽃이 아닌 찔레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연두 빛의 속대를 먹었는데 싱그럽다는 느낌은 있어도 무슨 맛이 있거나 배가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이유, 단지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 지방에 따라서 꽃잎을 먹는 경우가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1920년대에 박태준이란 분이 작곡한 동요인데 이연실이란 가수가 편곡을 해서 불렀답니다. 이연실의 목소리보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더 애절하고 소리꾼 장사익의 소리도 들을 만합니다. 가사를 올립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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