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35 봄날은 간다 - 감나무 순, 연두빛에 취하다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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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11:34 | 최종 수정 2021.05.1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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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단지 장미의 계절이 아니라 감잎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무들보다 좀 늦게 잎이 피는 감나무는 모과, 대추, 오동나무 같은 대부분의 나뭇잎이 진한 초록, 신록(新綠)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새순을 피우는데 햇빛에 노랗게 반사되는 연두빛 이파리가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살 냄새처럼 싱그럽습니다.
우리가 무르녹는 단풍을 보면 마치 술에 취한 듯 황홀해지는데 비해 연두빛 새순을 보면 세상이 다 여리고 싱그러워 보이는 것은 아무리 세상이 복잡해져도 인간의 마음 밑바닥에는 아직 저렇게 순수하고 여린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색의 원리로 따지면 노란 황금빛에서 연두빛이 나왔겠지만 어쩌면 사람을 현혹시키는 눈부신 황금빛은 티 없이 순수한 연두빛의 타락이라는 생각이 다 듭니다.
천천히 감상하면서 싱그럽고 오롯한 느낌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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