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23 : 봄날은 간다 - 작천정(酌川亭) 사꾸라꽃은

이득수 승인 2021.04.24 15:27 | 최종 수정 2021.05.01 21:14 의견 0
언양읍 작천정 벚꽃길

언양 지방에서 자란 사람들은 누구나 초·중·고교 시절 소풍의 거의 대부분(보통 10회 이상)을 작천정으로 간 기억이 있을 겁니다. 등억온천으로 알려진 간월산 골짜기에 수많은 야생화(山花)가 떨어져 물에 흘러가는 화천(花川)이란 마을이 있는데 그 꽃내가 흘러 호박소 통바위에 이르는 작괘천에 작은 정자가 있는데 그게 바로 선비 언(彦)자 언양 유림이 시회(詩會)를 열던 작천정입니다.

백년도 더 전에 국도 35호선이 일본인에 의해 뚫리면서 옛날 덕천역(驛)이 있던 수남부락에서 작천정에 이르는 약 500미터의 길 양쪽에 가로수로 벚꽃을 심은 것이 지금까지 남아 밑동이 썩어 땜질을 한 거대한 벚나무가 전국 최고(最古)의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굳이 옛 창경원과 하동 쌍계사 입구나 경주 보문단지 등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벚꽃 명소가 많고 웬만한 국도나 지방도가 거의 대부분 벚꽃으로 덮여 매스컴과 젊은이들은 4월만 되면 버스커버서커의 코맹맹이 <벚꽃엔딩>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또 전국 각지의 강가나 가로, 아파트 단위로 수많은 벚꽃축제가 열리는데 작천정 벚꽃축제는 매년 4월 5일 전후로 언양불고기 홍보를 겸해 개최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화신(花信)이 빨라 4월 6일 축제 일주일 전에 벌써 벚꽃이 만개, 좁은 도로가 마비되고 있습니다. 축제장에서 불고기를 먹는 사람도 많지만 그냥 막걸리 한잔을 털어 넣고 특산물 언양 미나리에 된장을 찍어 안주를 삼고 불콰한 얼굴로 흥얼거리는 우리또래 언양 토박이 언양 사내들, 그들의 입에 붙은 언양식 <벚꽃엔딩>이 참 기가 막힙니다.

작천정 사꾸라꽃은 필동말동 하고요
큰 애기 젖가슴은 몰캉몰캉 하더라
너랑 나랑 둘이 살짝 흥응응
낮이 낮이나 밤이 밤이나 참사랑이로구나.

平理 이득수 시인
平里 이득수 시인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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