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34 봄날은 간다 - 야생화 봉삼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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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10:51 | 최종 수정 2021.05.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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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을 떠돌다 주로 무덤가의 그늘진 숲속에서 많이 발견하던 꽃인데 아주 귀한 동양란처럼 생겨 제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아 파다 화단에 심었습니다.
진달래, 죽단화, 철쭉, 모란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데도 3년 동안이나 옆에서 죽은 듯 기미가 없더니 올해 무성한 작약(芍藥)꽃 사이에 숨어 피듯 두 송이의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아마도 우리 지방의 야생화 중에서는 산나리 꽃, 각시붓꽃과 함께 가장 고운 꽃에 속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 색이나 향이 진하지 않고 은은한 것이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야생화이기도 하고요.
또 피부에 좋아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는 잎과 줄기를 삶아 그 물로 머리를 감고 발을 씻기도 했는데 사람이 먹기에는 약효보다는 독성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봉삼’이라는 이름은 닭벼슬처럼 생긴 긴 뿌리가 봉황을 닮아서 생겼답니다. 그러나 저는 봉삼이라고 하면 먼저 김주영의 『객주(客主)』에 나오는 매우 건강하고 정의롭고 다정다감한 보부상 행수(行首) ‘천봉삼’이 떠오릅니다. 가장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소설의 주인공처럼 보면 볼수록 살가운 모습입니다.
지금 한창이기는 하나 좀 짙은 숲속에 들어가야 하니 그냥 사진으로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약효보다는 독성이 강하니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됩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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