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49 봄날은 간다 - 숲속의 대화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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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9 15:59 | 최종 수정 2021.05.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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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목등 방향으로 고치미를 따러 가던 숲길에서 아주 크고 통통한 아무르산 개구리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처음 발견한 마초가 킁킁 냄새를 맡으며 한참이나 어르다 물러난 뒤에 제가
“야, 니가 며칠 전 비오는 날 내 낮잠을 깨우고 시침을 뚝 뗀 놈이냐?”
“...”
“나이 많은 사람에게 그러면 못 써.”
“...”
말은 않지만 들은 척도 않는 것이 저도 개구리로선 나이깨나 먹고 눈치깨나 있는 포스라
“우리가 어릴 때 너 같은 놈을 만나면 절대로 가만 두지 않았다. 개구리다리가 영양실조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보약인지는 알아?”
제법 눈을 부라리며 얼렀지만 반응이 없어
“그래, 니가 무슨 죄가 있어? 괜히 넘겨짚은 내가 잘못이지.”
싹싹하게 사과하고 길을 가려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이렇게 밝은 데 있으면 매나 백로가 물고가. 어서 풀 섶에 들어가. 그렇지만 너무 음습한 곳엔 가지 마. 이 산에 뱀이 아주 많아.”
하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한 시간 뒤 쯤 돌아올 때 보니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말귀를 알아들은 모양입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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