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50 봄날은 간다 - 황금의 땅, 엘도라도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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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9 15:24 | 최종 수정 2021.05.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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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황금빛 꽃의 이름은 금계국입니다. 전국 제일 부자 자치단체 울주군수가 돈이 남아도는지 100리 태화강은 물론 엔간한 하천은 모두 직각으로 반듯하게 정비하는 직강공사를 하고 바닥을 박박 긁어 평지로 만들고 양가에 반듯한 둑을 쌓아 금계국 일색으로 꽃을 심어 태화강 일대가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토종민물고기가 멸종하고 우리가 클 때 갱빈이라고 부르던 징검다리 양옆의 자갈밭, 모래밭이 고수부지로 변하고 산책로와 시민공원으로 변했지만 적어도 토박이들의 눈에는 마치 낯선 땅, 혹은 불난 집에 온 것처럼 황당하고 정이 가지 않습니다. 반드시 제 물길을 찾고 마는 하천의 속성상 언젠가는 반드시 홍수가 지고 다시 옛날의 물길을 찾아 저 반듯한 고수부지가 폐허가 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공사 중 직강공사가 가장 바보짓이고 표를 얻기 위해 그걸 서슴치 않는 좋아하는 군수들이 가장 바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엘도라도는 16세기 해양개척의 선두인 스페인 사람이 중남미 어디인가에 있다고 생각한 상상속의 황금 나라입니다. 코르테스와 피사로라는 정복자가 마야, 아즈텍, 잉카 세 개의 인디안왕국을 무너뜨렸지만 그들은 끝내 엘도라도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 후 미국 서부극의 소재가 된 골드러시 총잡이나 유명한 해적 애꾸눈 후크선장도 결국 황금을 통해 행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이 황금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노랗게 반짝이는 빛을 좋아서 그럴 뿐 황금이 어떤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전국의 군수들을 모아놓고 제발 강둑을 좀 파헤치지 말라고 온천지에 황금빛 금계국을 심지 말라고 교육이라도 했으면 싶은 생각이 다 듭니다.
여러분 <황야의 은화 1불>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가요? 사진의 조그만 꽃송이를 보세요. 좀 늦은 금계국의 품종인지 아직 시퍼런 꽃밭에 오직 한 송이가 단정하게 피어 의연하게 꽃향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마치 <태화강의 금화 1불>처럼...
황금이 무의미하며 인간이 황금을 통하여 행복할 수는 없다고 앞에서 피력했지만 저렇게 아주 작은 황금, 아니 소소한 기쁨으로 행복의 절정을 누린 사람이 이 좁은 한국 땅에 두 사람이나 있답니다. 그것도 모두 가난한 시인으로...
그 첫 번째는 굳이 시족을 달 것도 없이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로 세상의 모든 행복을 접하고 아름다운 세상 소풍 잘 왔다가 새처럼 귀천한다는 세상에서 가장 천진(天眞)했던 천상병 시인입니다. 너무 잘 알려진 분이라 설명을 줄이고
두 번째는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의 순진한 시인 함민복입니다. 우리는 이런 시인이 있어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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