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61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수련, 잠에서 깨다
이득수
승인
2021.06.03 16:04 | 최종 수정 2021.06.07 11:01
의견
0
애견 마초의 물통으로 전락한 단지 속에서 쥐 죽은 듯이 조용하던 애기 수련이 마침내 아주 작고 귀여운 꽃송이를 피어 올렸습니다.
아직도 한쪽 귀퉁이에서 플라스틱 가짜 꽃도 멀뚱히 쳐다보고 훼방꾼 마초는 여전히 가까운 급수(給水)처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지름 20cm정도의 조그만 단지속의 얕은 물속에 언제 부화했는지 초파리나 하루살이의 유충으로 보이는 작은 물벌레들이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평화롭기가 그지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엉뚱한 조합인데 금방 아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자연의 힘인가 봅니다. 이제 엉뚱하게 남의 세상에 잘 끼어드는 마초나 그걸 느긋이 바라보는 저까지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