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68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떠도는 부평초

이득수 승인 2021.06.10 12:36 | 최종 수정 2021.06.10 12:58 의견 0
부초(개구리밥)
부초(개구리밥)

여러분은 시나 노래에서 어느 곳에도 뿌리박지 못하고 정처(定處)없이 떠도는 나그네나 방랑자를 의미하는 부평초(浮萍草)란 단어를 많이 접했을 겁니다. 우리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한 부평초는 어떻게 생긴 풀일까요?

저는 깊은 호수나 넓은 강에 둥둥 떠내려가는 연꽃이나 물옥잠 같은 커다랗고 아름다운 수서식물을 연상했는데 알고 보니 벼논이나 물웅덩이에 흔히 발견 되는 저 볼품없는 개구리밥이 바로 부평초랍니다.

그렇지만 일단 물에 떠 있으니 부평초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어째서 개구리밥일까 생각해보니 하루살이나 초파리같은 작은 벌레들이 저 작은 수상호텔에 깃들면 식탐 많은 개구리가 통째로 덥석 삼켜 잎만 도로 뱉어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긍정적 용도가 하나 있는데 바로 아토피에 특효라 저 개구리밥을 건조시켜 물을 끓여 마시거나 목욕을 하면 아주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옛 농경시대에는 대부분이 태어난 곳에 살다 죽어 고향을 떠난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나라가 빼앗긴 일제강점기부터 유독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많고 해방과 한국전쟁의 피난민과 실향민 또 산업화와 국제화를 거치며 우리나라는 수많은 나그네와 부평초를 양산했는데 이제 굳이 물레방아 돌아가는 고향을 떠난 부평초가 아니라 이 항구와 저 도시를 떠도는 현대적, 도시적 방랑자도 많습니다. 드물게 도시의 그늘을 전전하는 나그네, 박윤경의 노래 <부초(浮草)>의 가사를 올립니다.

화려한 불빛 그늘에 숨어
사랑을 잊고 살지만
울고 싶은 밤이면
당신 생각합니다.
진정 나 하나만 사랑한 당신
강물 같은 세월에
나는 꽃잎이 되어
떠다니는 사랑이 되어
차가운 거리를
떠돌다 가지만
당신 모습 따라 오네요

바람이 불어 쓸쓸한 거리
어둠을 먹고 살지만
외로워진 밤이면
당신 생각합니다.
진정 소중했던 나만의 당신
눈물 같은 세월에
나는 꽃잎이 되어
떠다니는 슬픔이 되어
차가운 거리를
떠돌다 가지만
당신 모습 따라 오네요.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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