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79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미운털 박힌 놈들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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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13:20 | 최종 수정 2021.06.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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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별무늬 풀잎과 세모꼴 풀잎을 주목해주십시오. 유아원에서 도형공부가 아닌 자연학습차원에서 보면 두 풀은 매우 질기고 억센 줄기가 벋어나가는 점 또 잎과 줄기에 매우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렇게 사나운 가시로 무장하자 소나 염소가 먹지 않아 무성하게 풀숲을 이루어 여름엔 나비나 나방, 모기와 하루살이의 은신처가 되고 겨울에는 들쥐나 참새무리들의 의지처가 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 특히 밭을 매는 아낙네들에게는 너무나 성가신 골칫거리였습니다. 얼굴과 손등이 할퀴는 것은 물론 은신했던 모기나 하루살이가 공격을 퍼부어 금방 가려움에 시달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옛날 할머니들이 이름을 짓기로 별모양의 풀은 환삼(丸蔘)이란 멀쩡한 이름을 두고 따로 <며느리배꼽풀>로, 삼각형의 풀은 차마 입에 담기도 뭐한 <며느리밑씻개풀>로 불렀답니다.
저도 한때 정치성향의 무지한 상관에게 죽은 듯이 엎드려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엉뚱한 아이디어사업이나 벌이며 슬슬 피해가는 건방진 사무관으로 미운 털이 박혀 무지 고생한 시절이 있었답니다. 시어머니든 상관이든 우월한 지위의 편견, 장난사마 돌을 던져 개구리를 죽이는 심술, 그것 참 골치 아픈 일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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