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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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17:14 | 최종 수정 2018.11.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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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의 주요 협력기업들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결정에 거의 목매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자동차 중간재 매입 비중은 전체 협력업체 공급의 70% 넘는다. 물론 한국의 협력기업들은 수출도 꽤 한다. 일본으로부터 중간재 매입보다 수출이 더 크다. 그러나 협력업체의 사업지속성은 여전히 현대차의 매입에 크게 의존한다.
당연히 현대차로서는 수요독점적 지위를 마음껏 누린다. 다른 수요처가 없는 기업들로서는 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사업지속성에서 중요하다. 이것이 주기적인 단가인하의 원인이다. 수입극대화를 추구하는 현대차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처사다. 그 결과 한국 협력업체들의 원가절감 능력은 매우 높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이 같은 생태계로 구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완성차 업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들을 외국계로 넘긴 결정이 크게 한몫했다.
아시다시피 GM이든, 르노든, 마힌드라이든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장, 협력업체의 기술력 향상 등에 관심이 없다. 한국은 그저 언제나 철수할 수 있는, 수익성 좋은 생산기지에 불과하다. 옵션으로서는 꽤 훌륭한 패다.
거기다가 고부가가치의 핵심부품은 높은 값으로 해외에서 조달한다. GM과 르노가 특히 그렇다. 마힌드라는 그럴 능력이 안 돼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한국 법인의 수익성을 낮추고 외국 자회사의 수익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외국자회사가 조세천국에 있을 때 이것은 꽤 짭잘한 수입원이다. 반면 한국르노와 한국GM은 늘 적자와 흑자의 경계에서 허덕인다.
이들 외국계 소유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 협력기업들의 부품공급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며 한국 협력업체들이 납품하는 부품은 가치사슬에서의 중요성도 낮다. 당연히 국내 협력업체들은 모두 현대만 처다보도록 된다. 이것은 현대차의 수요독점적 지위를 더 키웠다. 현대차로서는 패가 더욱 다양해진 것이다.
IMF 당시 대우자동차는 동유럽 투자에 대한 보증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흑자기업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관료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우자동차를 해외에 팔아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다. 왜냐하면 재벌체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본보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2006년 대우자동차는 GM으로 넘어간다.
현재 한국GM의 상태는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 책임을 지는 관료들은 물론 없다. 르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이 멈춰서게 된 핵심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한국이 글로벌 생산업체의 생산기지로 변한 탓이 크다. 현대의 매출 정체가 핵심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붕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이들을 우리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 보고 갑질한다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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