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드거 후버 FBI(미 연방수사국) 국장. 그는 1924년 수사국(FBI 전신) 국장으로 임명되어 죽을 때(1972년)까지 48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그 48년간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등 8명의 대통령이 백악관을 거쳐 갔다. 후버 FBI 국장이 이렇게 민주당과 공화당을 넘나들며 그 자리를 종신도록 지키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이유가 무엇일까?
FBI가 지닌 수사력과 정보력을 이용해, 대통령의 약점을 잡아 자신을 제거하려는 대통령을 협박한 덕분이다. 트루먼이 부통령 시절에 은행가들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빌미로 트루먼을 협박했다. 후버의 권력을 줄이려던 케네디 대통령에게도 여배우와의 스캔들, 케네디가문과 마피아 연루 등으로 협박하여 무사히 자리를 지켜냈다. 닉슨 대통령에게도 마리아나 리우라는 여인과 부적절한 관계의 증거로 협박했다. 결국 닉슨도 그를 해임하지 못했다. 곧 후버의 막강한 힘의 원천은 자신만의 비밀 파일에 담긴 대통령들의 약점이었다.
어느 사회가 국가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득권 세력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특히나 그 기득권 카르텔이 강고하다. 조선 정조 이후 노론 정치세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식민지와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며 그 세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 핵심에 언론이 있다.
그러나 언론을 비판할 때 ‘언론사주’와 ‘기자’를 구분해야 한다. 기득권 핵심은 언론사주이지 기자들이 아니다. 모든 조직에는 용과 뱀이 더불어 구성원이 된다. ‘기레기’ ‘기더기’인 뱀 같은 기자들도 분명 있다. 또한 지사(志士)적인 용 같은 기자도 있다. 문제는 기득권의 핵심인 언론사주가 뱀이라는 사실이다. 뱀이 동류의 뱀만 쓰고, 용을 배척하는 현실에서 모든 기자가 지사나 투사 혹은 열사이기를 바란다는 것은 좀 가혹한 일이 아닐까? 기자도 생활인이다. 밥줄과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언론사주의 뜻을 거스르기에는 너무 세상이 ‘돈이 말해주는’ 사회로 변해버렸다. 그 결과가 편파적이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현실의 언론지형이다.
언론사주는 왜 ‘빌릴 머리’도 없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까? ‘무식이 상식이다’ ‘그가 대통령을 한다면 나도 하겠다’ 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후보를 지지할까? 그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검찰공화국’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등등의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다. 뒤에 와서는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박살 내겠다’ ‘말아먹었다’ ‘거덜 냈다’ ‘나라 꼬라지’ ‘약탈 집단’ ‘무식한 삼류바보’ 등의 막말을 해댄다. 이런 후보를 언론사주는 왜 뒷배를 봐주는 것일까?
기득권 카르텔이 있으면, 당연히 개혁 세력이 있다. 간신배들은 자신들의 적으로 충신을 지목한다. 기득권들은 ‘부당한 이익’을 놓치지 않고 영원히 향유하려 한다. 개혁 세력은 그 부당한 이익을 박탈해 정당한 소유자들에 돌려주려 한다. 기득권 세력은 개혁세력을 적으로 삼는다.
지난 1월 26일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지난해의 한국의 부패수준을 발표했다.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180개 평가 대상국 중 32위이다. 5년 전 2017년 한국의 성적은 54점으로 180개 국가 중 53위였다.
언론사주를 비롯한 기득권 카르텔은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마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사회가 맑아질수록 어두운 기득권은 햇볕에 노출돼, 점차 퇴출된다. 더 이상 부당한 이익을 향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 세력이 다시 집권하게 된다면, 영영 기득권을 놓아야만 하는 세상이 되어 버릴 것이다. 기득권 카르텔은 이번 대선에서 최후의 발악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것이다.
언론사주가 편파, 왜곡 보도를 욕을 먹으면서까지 줄기차게 펼치는 것은 후버 국장의 심사와 같다. 무지하고 약점이 많은 대통령은 다루기가 만만하다. 그리하여 구린 이익을 더 얹어주진 못할지라도 현재 보듬고 있는 그 이익을 지킬 수 있게끔 조종할 수 있다. 2기 연속 개혁 세력이 집권하는 것은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가 무지하고 막말 해대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게 무슨 문제이랴! 약점투성이인 그의 목줄을 꽉 쥐고 기득권을 지키기만 하면 그만이 아니더냐!
다행히 ‘전통 미디어’(legacy media. 신문과 지상파 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등)의 영향력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스템이 국가를 운영한다는 안이한 말은 안정된 평화 시에나 통한다. 위기의 시대인 지금, 리더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순신과 원균.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은 대패했고, 이순신은 명량 해전에서 대첩을 거뒀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아니다. 쉽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에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투표로써 간단히 개혁을 이룰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사전투표를 마쳤다.
<작가/선임기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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