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358)철석같이 알았던 지식의 부숴짐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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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4 20:52 | 최종 수정 2021.01.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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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 – 24. 철석같이 알았던 지식의 부숴짐
고창(高敞)에서 고창읍성을 한 바퀴 걷고 광주로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버스 터미널에 걸린 고창읍 지도를 보니 전봉준 생가가 눈에 띄었다. 아니, 내가 과거에 정읍에서 봤던 전봉준 생가는 뭐였지? 버스 시간이 한 시간 남았다. 나는 여행 중 택시를 안 탄다는 원칙을 깨고 2.5km 떨어진 전봉준 생가를 갔다.
2001년에 고증없이 복원된 생가는 2019년에 헐리고 서해안 고속도로 옆에 생가터와 표지석만 휑하니 있었다. 알고보니 전봉준은 고창에서 태어났기에 생가라는 단어는 고창에서만 쓸 수 있다. 정읍에서 봤던 집은 태어난 집인 생가(生家)가 아니라 동학혁명 당시 살던 집이었다. 내가 전봉준 생가터에 가지 않았더라면 정읍에 전봉준 생가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을 것이다.
다행이 철석(鐵石)이 부숴졌다. 온전한 기획창의는 작은 부숴짐에서 비롯될지 모른다. 내가 미처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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