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80) 우리네 인생을 닮은 듯한 반음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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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4 11:19 | 최종 수정 2021.04.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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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에서 쓰면 안 되는 음이 있다. 가령 도-미-솔로 이루어진 C 코드에서 C#(= D♭) 음이 그렇다. C와 또는 D와 반음 관계인 음이다. 그 소리가 어떤지는 피아노나 기타를 쳐서 들어 보면 금방 안다. C 코드에서 단2도인 이 음을 치면 듣기 거북하며 어색한 삑사리 소리가 난다. 한 옥타브 안에서 단2도(♭2)인 D♭도 그렇고 한 옥타브 위의 단9도음(♭9)인 D♭은 더욱 그렇다. ♭9이 텐션으로 안 쓰이는 이유다.
그런데 수직적 화음인 코드에서와는 달리 수평적 화성인 진행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령 CM7 코드에서 Dm7 코드로 연결될 때 C 혹은 D와 반음을 이루는 C#(= D♭) 근음의 디미니쉬드 코드를 치면 아주 유려하게 전개되는 듯한 멋진 소리가 난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 안에서는 아주 껄끄러운 존재가 밖에서는 아주 잘 어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음악에서의 반음은 인생에서의 반음과 같은 듯싶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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