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에필로그 2) - 반음,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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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6 18:48 | 최종 수정 2021.04.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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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음,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능소화 꽃물이 하늘을 태우는 동안이었을 거다. 우레가 가는 길을 천둥이 따라가고. 머리 위로 뭉게구름 사소하게 다녀간 후, 꽃잠에서 꽃잠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비스듬히 좇고 있었다. 반백 년이 흐르고. 책장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낮별이 사닥다리를 타고 반짝거렸다. 아침이 한낮을 사시斜視처럼 데려왔다. 바람은 비에 젖어 무지개다리를 물에 묻었다. 색色과 향香을 불러오는 중이라 했다. 물에 불은 꽃잎이 담장을 기어오른다. 고양이 비음으로 허공에 한 금 긋는다. 그림자를 등진 사내가 햇빛을 털면서 왔다, 갔다. 그의 뒷덜미에서 목소리가 부풀었다. 졸음처럼, 남서쪽에서 잠비가 올라오는 중이라 했다. 오만 년 전의 이야기다.
<문학의오늘. 2021. 봄호>
<시작(詩作) 메모>
음악을 모르는 나에게 건달바 같은 친구가 ‘반음’에 대해 설명을 한다. 처음은 간단하지만 나중은 무척 복잡해져서 머리가 깨진다는 반음. 결국은 이 난해함이 아름다움을 주관한다는 이야기였다. 순수의 바탕이 얼룩이듯이 음악의 문외한인 내게 미-파, 시-도, 샵#과 플랫♭에 관한 이야기는 시의 행간이 갖는 복잡한 미학처럼 아름답게 들렸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신화나 이미지나 비유나 상징처럼 반음은 궁극에의 시의 귀환처럼 들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 나와야 하는 미로처럼 처음과 끝이 맞물려있는 시간의 문제로도 여겨졌다. 반음, 완성은 없지만, 그 여정의 파편들이 명치끝을 툭, 치면서 이상하고 아름답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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