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이 여는 '詩의 아고라'⑦ 문인수 선생님을 애도하며… 그립다는 말의 긴팔 - 문인수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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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 12:09 | 최종 수정 2021.06.1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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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는 말의 긴팔
문인수
그대는 지금 그 나라의 강변을 걷는다 하네.
작은 어깨가 나비처럼 반짝이겠네.
뒷모습으로도 내게로 오는 듯 눈에 밟혀서
마음은 또 먼 통화 중에 긴 팔을 내미네.
그러나 바람 아래 바람 아래 물결,
그립다는 말은 만 리 밖 그 강물에 끝없네.
문인수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
선생은 참, 다정도 병인양 이별을 힘들어했다. 늘 그랬다. 언제더라, 선생과 악수를 하고 이별을 하고 지금쯤 자리를 뜨셨겠지, 뒤돌아보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인정과 눈물과 한이 범벅이 되어서 선생은 늘 그 자리에서 사람을 바라봐 주는 사람. 눈에 밟힌다는 말, 그의 눈에는 늘 세상이 밟히고, 사랑이 밟히고. 사람이 밟히고. 밟히고, 밟히고…. ‘그립다는 말의 긴팔’로 하염없이, 하염없이 서정을 노래하던 그가, 거짓말처럼 갔다. 시로, 사람으로, 사랑으로 세밀하게 언어를 각인시켜주던 우리들의 시인이 온몸으로, 몸으로 생을 갚았다. 문득, 만난 적막이 무서우실까, 겁난다.
◇손현숙 시인은 :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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