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이 여는 '詩의 아고라'⑧ 붉은 모래, 키잘쿰 - 김금용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본다
손현숙
승인
2021.06.18 20:58 | 최종 수정 2021.06.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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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모래, 키잘쿰
김금용
깔보지 마라
모래는 불멸의 꽃
사막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명체
하찮은 것에서
가장 단단한 살의로 견뎌낸 詩
맨발로 우는 붉은 모래
귀가 아프다
김금용,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본다
시 속의 화자는 지금 사막을 걷고 있다. 詩를 찾아 지구를 한 바퀴 돌았을 것이다. 걷고 걸어서 드디어 당도한 땅, 시인의 그곳. 그녀는 그렇게 붉고 붉은 사막의 정 중앙에서 폐허인 듯, 찬란한 모래 한 줌을 손에 쥐었을 것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막막한 그곳에서 지평선을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 모래 위로 뜨는 별을 바라보았겠다.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져서 다시 꽃으로 환생하는 꿈을 꾼 것일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도 하면서 시인은 불멸과 필멸에 대해 생각했으리라. '사막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명체' 한 알의 모래에서 그녀는 지금 우주를 본다.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을 보는 시인의 발은 맨발이다. 어쩌랴, 태생이 집시였던 시인의 운명은 모래의 붉은 울음으로 귀가 아프다.
◇손현숙 시인은 :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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