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다른 목소리 / 박미서
박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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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0 14:35 | 최종 수정 2019.03.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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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목소리 / 박미서
보랏빛 달가운 밤이 있어
기억의 나무 변용 속에서
새 길을 받아 입은 옷들이
저 바람을 실어다 주었다.
오래전 겹꽃잎의
괄호 하나 열면
달빛 이룬 속삭임으로,
붉은 흙 밀고 오는 참꽃
그물눈의 불씨들
봄마당의 너그러운 소리,
언덕의 산다화처럼
싹눈의 탄생을
기리는 송가 들린다.
하얀 별꽃 이토록 부풀어
초록 허리 짙푸르러져
오는 발돋움,
하늘 깊은 꽃을 따다가
문득, 산호초의 희고 붉은
향연 속을 돌아다본다.
아득하게 짓궂은 소리
기꺼이 헤아리듯 보이듯
소통하는 향기 있어
가만가만히 배어든다.
반달이 열고 닫는 연둣빛에
봄비의 머리카락 휘어질 때,
바람의 나이테 속에서 밝고 또렷한 무늬들, 괄호의 날개를
치며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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