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를 위한 건강한 공론장'을 기치로 2016년 10월 14일 창간한 인저리타임이 올해로 창간 7주년을 맞았습니다. 인저리타임은 그간 인문교양, 과학, 시사논평 중심의 웹진을 거쳐 현재 고품격 종합인터넷신문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시민의 건강한 공론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을 다짐하면서 부울경 지역 각계 인사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부산교통공사는 한강 이남 최대의 공기업으로 시민의 생활 편익과 복리에 이바지하는 시민의 발이자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부산의 상징적인 인프라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높은 위상만큼 안고 있는 과제도 많아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인저리타임은 지난 20일 부산교통공사 본사에서 취임 2개월을 맞은 이병진 사장을 만나 부산교통공사 현안과 경영계획 등에 관해 인터뷰했다.
Q1. 이병진 사장님, 반갑습니다. 취임하신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갑니다. 그간 행정사무감사 건 등으로 바쁘셨을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파악하신 현안 혹은 이슈는 무엇인가요?
▶이병진 사장 : 노사관계 문제입니다. 취임 당시 노동조합 파업이 불과 보름 앞인 10월 11일로 예정이 돼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 측이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안 받았기 때문에 노조 측은 이미 파업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이 문제를 푸는 게 급선무였죠. 잘 아시겠지만 우리 공사 노조는 아주 단합된 강한 노조입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당장 시민들이 불편하게 될 텐데, 이걸 어떻게 해결 하나, 고민이 많았죠. 파업 전날 최종교섭에서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Q2. 부산교통공사 최고경영자로서 노사관계 문제 외에 해결해야 할 핵심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병진 사장 : 부산시에 근무할 때 교통공사 관련 업무를 직접 접한 경우는 없으나 교통공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뭐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막상 와서 파악해보니까 생각보다 더 심각합니다. 우리 공사는 재정 압박을 많이 받아온 기관인데, 그 성격은 일반 사기업과는 다릅니다. 공기업은 그 기능의 공공성 때문에 수익성만을 추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적자 구조로 갈 수밖에 없지만 그 구조를 개선해하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영업수익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게 코로나 팬데믹 3년간 뚝 떨어졌고, 팬데믹이 끝났는데도 회복이 안 되고 있습니다. 3, 4년은 더 걸릴 거라고 봅니다.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우선 가장 기본적인 수익 구조인 영업수익을 빨리 팬데믹 이전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또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원가와 무임승차도 적자구조의 큰 요인입니다. 물론 인건비와 금융이자, 전기료 상승도 이에 못지않은 요인입니다.
Q3. 취임 일성으로 경영혁신을 강조하셨는데,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혁신의 밑그림을 소개해주십시오.
▶이병진 사장 : 중앙정부가 저에 대한 취업제한을 풀어준 데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산교통공사의 경영혁신을 이루라는 취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세 가지 혁신안을 마련했습니다. 인사혁신, 조직혁신, 그리고 재정혁신이 그것입니다. 인사혁신의 요체는 물 흐르듯이 인사 순환을 하겠다는 겁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듯이 인사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조직 전체가 경직되기 쉽거든요. 보직에 따라 업무환경과 업무강도가 다른데 한 곳에만 있으며 장기적으로 개인한테도 좋지 않고 전체조직의 활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조직혁신은 조직의 재구조화인데, 인력을 재분해해 좀 고르게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목적입니다. 지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년 1월에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입니다. 재정혁신은 기획 예산 등 재정의 문제로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다른 조직개편과 얽혀 있는 부분이 많아 조금 시간을 두고 가르마를 제대로 좀 타려고 합니다.
Q4. 경영혁신의 목표는 ‘적자구조 개선’인 셈인데요,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이병진 사장 : 우리 공사의 재정 적자구조는 경영을 잘 못해서 발생하는 악성 적자구조는 아닙니다. 시민의 호주머니를 생각하고 어르신의 복지라는 공공성에 기인한 ‘착한’ 적자구조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승차’로 인한 수익 결손분에 대한 전략으로 정부가 이를 보전하도록 요구할 생각입니다. 서울교통공사 사장과도 만나 공감대를 확인했는데요, 이에 대한 근거가 이렇습니다. 국가는 어르신 복지에 책임이 있습니다. 근데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실제로 어르신들의 복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거든요. 현재 정부는 그 복지비용을 사실상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는 거죠. 무임승차 나이를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건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 무임승차’는 어르신들의 이동권 제공, 건강관리 기능 등 공적 가치가 굉장히 크다고 인정되는 만큼 그로 인한 영업결손에 대해선 정부가 일정 부분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예산으로 적자의 일부를 메꿔주거나 그게 어렵다면 전기로 돌려주면 됩니다. 도시철도에 사용되는 전력의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전기료를 감해주라는 거죠. 여기에 도시철도 수송 분담률을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정부가 규정한 공기업 부채비율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Q5. 사장께서는 혁신경영과 함께 ‘안전한 도시철도’를 강조하셨는데, 보다 안전한 도시철도를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이병진 사장 : 모든 일은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는 게 평소 생각입니다. 사고도 사람의 문제입니다. 도시철도가 자연재해로 인해 안전을 위협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고 안전불감증을 단호히 퇴치해야 합니다. 안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안전본부를 만들어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현장에서 안전점검훈련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기술 전문직이고 엔지니어들인 우리 직원들이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도시철도를 위해선 인력 못지 않게 인프라도 중요합니다. 25년 이상된 1, 2호선 차량은 2026년까지 모두 교체할 계획을 갖고 연차적으로 시행 중입니다. 차량뿐 아니라 전기, 통신, 신호시설, 구조물 등도 낡기 전에 바꾸고 있습니다. 다행히 차량은 30%, 노후시설은 40~50%를 정부가 지원해줍니다.
Q6. 도시철도의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것, 즉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을 늘리는 게 부산교통공사의 재정구조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일일텐데요, 이를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계십니까?
▶이병진 사장 : 2019년 하루 이용자 100만 명 선까지 갔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재난이 3년 가까이 지속되는 바람에 습관이 됐는지 시민들이 도시철도와 버스를 꺼리고 승용차를 많이 탑니다. 습관을 바꾸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그래도 어떻게든 대중교통을 많이 타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진국들의 도시철도 수송분담률은 보통 30~40%입니다. 서울은 40%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부산은 2022년 기준 17.5%에 불과합니다.
도시철도의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은 공사 자체의 노력과 부산시의 대중교통 체계 개선 등 두 가지 측면에서 강구해야 합니다. 공사 자체의 노력은 한마디로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철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노후 차량과 시설을 교체하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입니다. 또 편리하고 용이한 접근성을 위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도시철도 역사에 개성과 친화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1·2·3·4호선의 114개 역사를 개성 있게 꾸며 단순히 도시철도를 타기 위해 스쳐가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벡스코 역은 인근 미술관처럼 꾸미고, 센텀시티 역은 지스타, 국제영화제와 관련된 콘텐츠를 설치할 수 있겠죠.
부산시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도시철도를 보다 많은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부산시도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부산시가 엑스포를 유치할 정도가 됐다면 일단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야 합니다. 시가 정책적인 수단도 쓸 필요가 있습니다. 도심에 자꾸 주차장을 만들어주면 승용차가 늘어나 도로는 더 막히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서울에서 3년 근무했는데, 주차비가 무서워 4대문 안에는 아예 차를 몰고 들어가기 힘들게 돼 있더군요. 대중교통 친화적인 정책을 써야죠.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는 데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Q7. 최고경영자로서 노사관계뿐 아니라 전체 임직원의 직장문화도 중요할 텐데요, 어떤 직장문화를 만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이병진 사장 : 제가 부산시에 근무할 때 ‘같이 근무하고 싶은 상사’에 뽑힌 적이 있습니다. 누구는 ‘그 비결이 뭐냐?’고 묻기도 하던데, 사실 비결은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후배 직원들과 자리를 자주 했고, 얘기를 많이 들어준 것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밤을 함께 새우기도 했고요. 요즘 MZ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동료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성과는 같이 낸 것이라고 여겼죠,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일 했으니까요. 공사 임직원들이 저한데 갖는 그런 기대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강압적으로 시키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는 '공감의 리더십'이라고 할까요. 임직원 간 수평적인 인식은 기본입니다. 업무가 다를 뿐이지 다 같은 직장의 직원인 거죠. 저도 사원증을 가진 공사 소속 직원입니다. 늘 인상 쓰면서 어떻게 30년을 다니겠습니까. 기분 좋게 출근하고 즐겁게 일하는 직장, 가족 같은 직장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8. 이 사장님이 그리는 부산교통공사의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입니까?
▶이병진 사장 : 제 임기는 3년이지만 부산교통공사의 비전, 미래의 모습은 ‘최고의 공기업’입니다. 우리는 철도 분야에서도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집단으로 경영과 조직문화 등 모든 면에서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전국 최고의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가 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Q9. 이제 개인적인 측면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취미는 무엇입니까? 건강유지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십니까?
▶이병진 사장 : ‘이게 취미다’ 할 만한 게 사실 없습니다. 공직에 들어오자마자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매일 걷습니다. 출근길이 걸어서 1시간쯤 거리인데 매일 도보로 출근합니다. 주말에도 걷습니다. 걷는 게 취미이자 건강 관리 활동인 셈입니다. 걷는 도중에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주말에는 독서를 하는 편입니다.
Q10. 인생철학은 무엇입니까?
▶이병진 사장 : 공직에 갓 입문했을 때 공무원 선배가 저한테 한 말이 있는데, 귀에 쏙 박혀 그 말을 새기고 실천하려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그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승진에 누락된 후배 공무원의 불만과 하소연, 민원인의 항의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들어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 몸에 밴 것 같습니다. 굳이 인생철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건 아니지만요.
◇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 약력
▷1964년 생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동대학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졸업 ▷1995년 제1회 지방고등고시 합격 ▷부산시 투자유치실 외자유치 팀장 ▷부산시 유시티정보담당관 과장 ▷부산시 예산담당관 과장 ▷부산시 대변인실 국장 ▷부산시 사회복지국장 ▷부산시 문화관광국장 ▷부산시 기획조정실장 ▷국가정보자원 관리원 광주센터장 ▷부산시 시장 권한대행 ▷부산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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