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의 행성 운동에 대한 혁명적 생각

케플러의 행성 운동에 대한 혁명적 생각

조송현 승인 2017.02.26 00:00 | 최종 수정 2018.08.17 10:44 의견 0
39세인 1610년의 케플러. 출처: 위키피디아
39세인 1610년의 케플러. 출처: 위키피디아

케플러 제1, 2법칙 : 행성의 궤도는 원형이 아니며, 그 궤도 운동속도는 한결같지 않다

천체의 운동은 원이며, 한결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는 스승인 티코 브라헤의 관측 자료를 손에 넣었을 때 도약했습니다. 케플러는 ‘한결같은 원 궤도 운동’(등속원운동)으로는 티코의 정밀한 관측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등속원운동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다른 기하학적 도형, 즉 타원을 찾은 것입니다.

케플러가 '타원 궤도'를 발견한 것은 화성 궤도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였습니다. 그 과정은 여러 해가 걸릴 정도로 멀고 힘들었습니다. 태양을 중심에 둔 완벽한 원형 궤도를 상정한 상태에서는 화성의 실제 운행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케플러는 화성의 궤도를 원형이되 중심은 정중앙에서 약간 치우친 이심 원형궤도(offset orbit)를 상정했습니다. 이것은 화성이 태양에서 가까운 궤도에서는 더 빨리 움직인다는 관측 자료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습니다.

케플러가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으로 알려진 제2법칙을 착안한 것은 이처럼 이심 원형궤도를 연구하던 1602년이었습니다. 행성은 태양에서 가까울 때 빨리 돌고, 멀 때는 천천히 도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즉,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행성의 궤도 운동속도가 달라졌던 것입니다.

케플러는 관측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에 이르게 됐습니다. 케플러의 제2법칙 '태양과 태양 둘레를 도는 행성을 연결하는 가상선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면적을 휩쓸고 지나간다'가 탄생한 것입니다.

케플러가 행성 궤도의 모양이 타원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바로 이 발견이 있고 난 뒤였습니다.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궤도가 바로 타원이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케플러는 1605년 제1법칙인 ‘타원 궤도의 법칙’을 건져 올리게 됩니다. 발견 시점은 제2법칙이 제1법칙보다 앞서는 것입니다.

제1법칙을 풀이하면, 행성은 태양의 둘레를 타원 궤도로 돌고 있고, 태양은 타원의 두 초점 중 하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법칙으로 주전원, 이심(동시심)을 비롯한 초기 우주 모형의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마침내 제거되었습니다. 케플러의 제1, 2법칙의 핵심은 행성의 궤도 운동이 원형도 아니고 등속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성 궤도 수수께끼 풀기에서 면적 일정(제2법칙) 착안, 이로부터 타원 궤도 (제1법칙) 확인

케플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1609년 『새로운 천문학』을 출간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완전한 원형’에 익숙해 있던 터라 타원형 궤도라는 개념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오직 수학자들만이 케플러의 법칙이 관측 사실에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신뢰를 보냈습니다. 이로부터 100년쯤 후 거장인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행성들의 타원 궤도 운동을 설명한 후에야 케플러의 업적이 새삼 일반인들의 주목을 끌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케플러는 『새로운 천문학』 발표 9년 후 제3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제3법칙은 행성이 궤도를 일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공전 주기)의 제곱은 그 행성~태양 평균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내용입니다.

두 행성의 공전궤도를 통한 케플러의 세가지 법칙들에 대한 설명. (1) 첫 번째 행성의 공전궤도는 f1과 f2를 초점으로 갖는 타원궤도이고, 두 번째 행성의 공전궤도는 f1과 f3을 초점으로 갖는 타원궤도이다. 태양은 여기서 초점 f1에 있다. (2) 행성이 같은 시간 동안 휩쓸고 지나가는 영역 A1과 A2의 면적은 같다.
두 행성의 공전궤도를 통한 케플러의 세가지 법칙들에 대한 설명. (1) 첫 번째 행성의 공전궤도는 f1과 f2를 초점으로 갖는 타원궤도이고, 두 번째 행성의 공전궤도는 f1과 f3을 초점으로 갖는 타원궤도이다. 태양은 여기서 초점 f1에 있다. (2) 행성이 같은 시간 동안 휩쓸고 지나가는 영역 A1과 A2의 면적은 같다.

케플러는 1618년, 1620년, 1621년에 걸쳐 세 권으로 저술한 『코페르니쿠스 천문학 개요(Epitome of Copernican Astronomy)』에서 원 운동 가설과 관측 사실의 합치를 강조한 코페르니쿠스와는 매우 다른 천문학의 방법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우선 천문학에는 다섯 가지 부분이 있다고 케플러는 말했습니다. 첫째 하늘의 관측, 둘째 관측된 겉보기 운동을 설명하는 가설, 셋째 우주의 구조에 관한 물리학 또는 형이상학, 넷째 천체의 과거 및 미래 위치의 계산, 다섯째 기구의 제조 및 사용법을 다루는 부분입니다.

케플러는 이 중 셋째 부분, 즉 행성 운동은 원이며 한결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생각과 같은 우주 구조의 형이상학은, 천문학자에게 있어서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가설에 대한 단 하나의 제한은, 그것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가설의 주된 목적은 ‘현상의 증명과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유용성’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케플러의 가장 위대한 성취로 평가받는 것은 주저 『세계의 조화(Harmonice Mundi)』(1619)에 담긴 연구입니다. 고통과 굴곡진 삶으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케플러가 행성들의 ‘조화’를 발견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화의 법칙’으로 불리는 제3법칙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떠올랐는지, 그리고 어떻게 완성되었는지가 이 책에 수록돼 있습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태양~행성 평균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합니다.

케플러의 3법칙 : 태양계 행성에 미치는 태양의 영향력(힘)에 대한 통찰

제3법칙은 태양의 동역학적인 영향에 대한 케플러의 사고가 녹아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처녀작 『우주의 신비』에서 케플러는 처음으로 태양이 여러 행성에 같은 종류의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각 행성의 운동이 결정된다는 근대 천문학의 기본 사상을 표명했습니다. 케플러가 태양 중심설을 채용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좌표계의 원점에 정지한 태양을 놓는다는 수학적인 의미만은 아니었습니다.

케플러에게 있어 태양 중심설은 태양계 전체 활력의 원천이 태양에 있으며 모든 행성은 태양으로부터 물리적 작용 내지 생명적인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는 동역학적이며 물활론적인 의미를 전제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케플러는 태양이 행성에 미치는 영향이 거리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것을 정성적(qualitative, 원리적)으로 이야기했으며, 나아가 점광원에서 나온 빛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현상을 정량적(quantitative, 수치적)으로 계산해 행성의 공전주기도 궤도 반경과 연관시키고자 했습니다.

케플러는 모든 행성을 아우르는 제3법칙의 성립 자체가 태양 중심설을 물리학적으로 또는 절대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케플러가 제3법칙이 함축하는 의미, 즉 태양은 거리가 멀수록 그 강도는 약해지지만 질적으로는 동일한 영향을 모든 행성들에게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말과 통합니다. 즉 그는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태양과 연결시키는 일원적인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케플러의 3법칙은 태양계에서 태양이 맡은 중심적인 역할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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