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블랙홀이 은하의 별 탄생을 좌우한다
초거대 블랙홀이 은하의 별 탄생을 좌우한다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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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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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성운. 가스와 먼지 구름이 굽이치는 곳에서 수천 개의 별들이 생성되고 있다. 출처: 허블사이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산타크루즈) 연구팀이 초거대 블랙홀이 은하 내 별의 탄생을 좌우한다는 증거를 처음 발견했다고 학술지 사이언스의 블로그 사이언스얼러트가 3일(한국시각) 보도했다.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백 만 배 이상의 초거대 블랙홀이 있다. 그런데 그 블랙홀이 은하와 별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어떤 은하에는 탄생한지 얼마 안 된 젊은 별들로 가득 차 있는가 하면 늙은 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하도 있다. 은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별의 탄생을 멈추게 하는 것일까?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초거대 블랙홀이 '별 생성의 불씨'를 꺼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짐작해 왔다. 이번에 캘리포니아대학(산타크루즈·UCS) 연구팀이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처음으로 포착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 발표된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초거대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 은하 내 ‘별 탄생 기간’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클수록 별 생성 기간은 짧아지고, 블랙홀이 작을수록 그 기간은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초거대 블랙홀은 은하들을 생성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은하가 가진 별의 수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연구팀은 중심에 초거대 블랙홀이 있는 은하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했다. 이 작업을 통해 각 은하 내 별들의 역사를 알아낼 수 있다. 즉, 별 탄생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그 과정이 중단되었는지, 나아가 얼마나 오랫동안 휴지기에 있었는지에 관해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블랙홀의 질량에 따른 은하 내 별들의 생성 기간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놀랄 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큰 블랙홀을 가진 은하에서는 작은 블랙홀을 가진 은하에서보다 ‘별 생성 과정’이 더 일찍, 더 빨리 끝난 것으로 나타난 것.
달리 표현하면, 작은 블랙홀(그래도 초거대 블랙홀)의 은하는 '별 제조 공장'을 오랫 동안 가동한다. 그래서 애기 별들로 가득 차 있다. 반면, 큰 블랙홀의 은하에는 '별 제조 공장'이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 그래서 젊은 별은 없고 늙은 별들이 많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애기 별인 많은 '젊은 은하' 중심에는 '보다 작은 초거대 블랙홀', 늙은 별이 많은 '늙은 은하' 중심에는 '보다 큰 초거대 블랙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은하의 크기, 형태, 혹은 내부 동력학적 현상과는 관련이 없었다. 오직 블랙홀의 크기(질량)에 따른 차이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블랙홀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연구팀이 관측한 현상을 분석한 결과로 볼 때, 블랙홀의 크기(질량)가 ‘별 생성’을 멈추게 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에 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히지 못한 상태이다.
다만, 연구팀은 초거대 블랙홀에 의해 형성된 ‘퀘이사 바람(quasar winds)’이 은하에 있는 분자 가스를 날려버림으로써 ’별 탄생의 불씨‘를 꺼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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