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골 목압서사, 차향과 문향이 어우러진 ‘제3회 작은 한시백일장’

조송현 승인 2019.11.25 13:47 | 최종 수정 2019.11.25 14:14 의견 0
-한시백일장에서 공동 장원을 차지한 오태의(왼쪽 두 번째) 양과 차하람(〃 세 번째) 군, 오준석 군이 각각 상장과 부상을 받은 후 조해훈(맨 왼쪽) 목압서사 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화개골의 목압서사가 마련한 한시백일장에서 공동 장원을 차지한 오태의(왼쪽 두 번째) 양과 차하람(〃 세 번째) 군, 오준석 군이 각각 상장과 부상을 받은 후 조해훈(맨 왼쪽) 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목압서사 제공.

지난 23일 오후 조해훈 시인의 목압서사 주최 ... 장원에 오태의 양, 차하람·오준석 군
“우리나라 한시계에 큰 재목들 될 가능성 있어” 심사평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골 목압마을의 목압서사(원장 조해훈)는 23일 오후 2시 서사 내 학의재(學宜齋)에서 ‘제3회 작은 한시백일장’을 개최했다. 이날 시 짓기는 오언절구로 낙운성시(落韻盛時·운자를 주고 시를 짓도록 함)를 했으며, 시제(詩題)는 자유로웠다. 운자는 ‘東’(동)자 운목의 ‘東’(동)자와 ‘中’(중)자를 쓰도록 했다.

장원은 오태의(화개초등학교 3) 양이 지은 <父母>(부모)와 차하림(쌍계초등학교 1) 군이 지은 <花開>(화개), 오준석(화개초등학교 1) 군이 지은 <河東>(하동)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차상은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양원정(40·화개면 가탄리) 씨의 시 <山水>(산수>와 정경진(39·〃 삼신리) 씨의 시 <山河>(산하)가 각각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보우스님(한시집 『감천에서 매창을 만나다』 저자)은 “오태의 양과 차하람 군, 오준석 군의 시는 그동안 목압서사에서 배운 한자를 바탕으로 운자는 맞췄으나 평측은 다소 자유롭게 지었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솜씨로는 시가 뛰어날 뿐더러 앞으로 우리나라 한시계에 큰 재목들이 될 가능성이 있어 공동 장원으로 뽑았다”고 심사평을 했다.

다음은 공동 장원을 한 오태의 양의 작품이다.

父母(부모)

父行多事日(부행다사일)
母亦出家東(모역출가동)
我比男弟勇(아비남제용)
與生活幸中(여생활행중)

부모님

아버지는 매일 많은 일 하러 가시고
어머니 역시 집의 동쪽방향으로 일 하러 나가신다.
나에 비해 남동생은 씩씩하며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다음은 공동 장원을 한 차하람 군의 작품이다.

花開(화개)

吾里高多風(오리고다풍) 
南家日出東(남가일출동)
春夜花美開(춘야화미개)
同友動洞中(동우동동중)

화개

우리 마을은 높은 곳에 있어 바람이 많고
집은 남쪽인데 해는 동쪽에서 뜨네.
봄밤에 꽃이 아름답게 피고
친구들과 함께 마을에서 노네.

다음은 공동 장원한 오준석 군의 작품이다.

河東

前家流淸水(전가류청수)
木生育山東(목생육산동)
食口居一家(식구거일가)
希成人里中(희성인리중)

하동

집앞에 맑은 물이 흐르고
나무는 동쪽에서 자라네.
식구는 한 집에 거주해
어른이 되어서도 이곳에서 살고 싶네.

오태의 양은 공동 장원상을 받은 학생들 대표로 “아직 한시를 짓는 게 많이 서툴지만 앞으로 열심히 더 공부해 보다 수준 높고 멋진 한시를 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목압서사 주최 ‘제3회 작은 한시백일장’이 23일 오후 2시 목압서사 내 학의재(學宜齋)에서 열리고 있다.
목압서사 주최 ‘제3회 작은 한시백일장’이 23일 오후 목압서사 내 학의재(學宜齋)에서 열리고 있다.  목압서사 제공

한편 이날 한시백일장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목압서사 내 목압문학박물관과 목압고서박물관이 지난 9일부터 내년 2월8일까지 각각 ‘지리산 산행 시집’과 ‘우리나라의 대표 유학자들’ 주제로 열고 있는 ‘제5차 기획전’을 둘러보면서 조해훈 목압서사 원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목압서사가 주최하는 ‘작은 한시 백일장’은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 열리며, ‘제4회 작은 한시백일장’은 내년 4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마을 단위의 배움터를 지향하는 목압서사는 ‘목압서사 제1기 한시연구회’ 회원들이 마련한 자작한시발표회도 가진 바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인 조해훈 목압서사 원장은 화개학연구원도 함께 운영하며, 마을 주민들을 위한 지식 재능기부와 화개학 연구를 묵묵히 하고 있다.

조 원장은 “많은 역사와 전설 등을 갖고 있어 문화의 보고로 불리는 이곳 화개골에서 제가 가진 얕은 지식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며 “목압문학박물관과 목압고서박물관도 ‘작음(small)’을 지향하지만 한시백일장 역시 참가자를 5명 이내로 제한하는 미니 행사”라고 밝혔다.

<동아대 겸임교수·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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