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고서로 풀어보는 사람 이야기 (27)율곡 이이의 초학자 교재 『격몽요결』

선조와 뜻이 맞지 않아 벼슬을 그만두고 처향인 해주의 석담으로 들어가 후진양성에 몰두하면서 격몽요결 저술

조해훈 승인 2020.01.07 22:40 | 최종 수정 2020.03.22 15:11 의견 0
①『격몽요결』 서문.
『격몽요결』 제1장.

1577년(선조 10) 율곡 이이(李珥·1536~1584)는 『격몽요결』(擊蒙要訣·2권1책)이라는 책을 편찬했다. 이 책은 아이든 어른이든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도학(道學)에 대해 제대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술한 것이다.

‘격몽’이란 몽매한 이들을 깨우친다는 뜻으로 교육을 말하는 것이고, ‘요결’은 그 일의 중요한 비결의 의미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우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이가 황해도 해주에서 학도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교육에 대해 정리한 격몽요결은 저술 당시부터 오랜 기간 동안 간행되었다. 예를 든다면 1629년(인조 7)에는 황해감사가 이 책을 수백 권 인쇄해 조정에 바쳐 반포하게 했다. 이듬해에는 예조에서 『소학』·『오륜가』와 함께 간행했고, 인조 때는 향교의 교재로 사용됐다.

이이는 이조판서와 우찬성 등 고위직을 역임했지만 선조와 뜻이 맞지 않아 벼슬을 그만두고 처향인 해주의 석담으로 들어가 은병정사를 지어 사계 김장생 등 후진양성에 몰두하면서 격몽요결을 저술했다.

초학자들에게 유학의 기초 수신서인 『소학』은 분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범위도 넓어 배우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에 비해 격몽요결은 내용이 간략하면서 일상생활의 실례가 곁들어져 있어 처음 배우는 자들이 체계적으로 알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그러므로 격몽요결은 소학을 읽기에 앞서 배우는 책으로 적당했으며, 한자를 습득한 후 유학의 입문단계에 있는 자들에게 널리 활용됐다. 처음 공부를 하는 자들에게 있어 『천자문』・『동몽선습』・『훈몽자회』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 격몽요결이었다.

1965년 김은호가 그린 율곡 이이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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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격몽요결은 향교나 서원의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배움의 단계를 넘어선 선비들도 읽음으로써 초학자용 교재의 범위를 넘어섰던 것이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바로 초학자들이 습득해야 할 유교적 삶의 방식과 통찰력을 함양하면서 저자인 이이의 교육철학이 담긴 텍스트였다.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이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이가 해주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동몽들에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며, 부모 및 어른을 대하는 태도 등의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책이다.

이이는 선조 초기의 정치와 사상을 주도하던 인물이어서 격몽요결의 저술에도 사림파의 이데올로기를 사회 저변에 확산하기 위해 저술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한 저술 목적이 있어서일까. 1635년에 유생들이 이이를 문묘에 종사해야 한다며, 『성학집요』와 함께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러한 것과 맥을 같이 할지도 모른다.

사실 16세기 이후에 사림의 학자들은 기존에 시가와 문장을 중시하여 경학(經學)과 이학(理學)을 소홀히 한 폐해를 지적했다. 그리하여 초학자들에게 제대로 된 성리학적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 『동몽수지』를 비롯한 박세무의 『동몽선습』이나 유희춘의 『속몽구』(續蒙求) 등의 아동교육서들이 편찬됐다. 격몽요결도 그러한 흐름에서 당대 대학자였던 이이가 펴냈을 것이다.

그러면 격몽요결의 구성은 어떻게 돼 있을까?

②『격몽요결』 제1장.
『격몽요결』 서문.

앞머리에 저자의 서문이 있고, 10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상생활을 서술한 것이다. 마땅한 일상생활이란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효성스럽게, 신하는 충성스럽게, 형제 간에는 우애 있게, 어린 자는 나이가 많은 자를 공경하고, 친구 간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는 유교이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어 이치를 연구해 행해야 할 길을 안 다음에, 그러한 내용을 실천해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격몽요결의 이러한 구성과 내용은 공부를 시작해 자신의 몸을 바로 세워 사회에 나가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성리학의 근본이념을 일상생활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이이가 인도하는 인생지침서로, 먼저 마음을 다스린 후 그 마음을 학문으로 발전시키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아무리 못난 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선한 본성을 빛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격몽요결은 부모 자식 간에는 효가 사회질서의 근본이 될 뿐더러 사족(士族)들이 사회를 주도해 나가던 조선시대에는 가장 기본적인 교과서로 활용됐다.

이 책은 수세기를 뛰어넘은 오늘날에도 소중한 삶의 지향점을 알려주는 방향타로서의 기능을 가진다고 전문가들은 평가를 한다.

이 책의 친필본인 『이이수필격몽요결』(李珥手筆擊蒙要訣)은 보물 제602호로 지정돼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박사 mass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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