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38)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려 속 부산 나들이
조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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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14:01 | 최종 수정 2020.02.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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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일 화개장터 다리 건너기 전에 있는 화개공영터미널에서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로 출발하는 오전 8시10분 첫 버스를 탔다. 집에서 나서면서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늘고 있어, 사람이 많이 붐비는 대학병원에 간다는 게 좀 부담스러웠다.
석 달마다 동아대병원에 가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 병원에 들어서니 의료진이나 환자 나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진료 받기 2시간 전에 피검사 예약이 되어 있으나 늦어 바로 오전 11시12분에 예약되어 있는 심혈관센터로 갔다. 이미 낮12시가 넘은 상태였다. 늦게 왔다고 간호사에게 지적을 받고 바로 김무현 교수님 진료실로 들어갔다. 식사하러 가시기 전 마지막 환자였다. 거기서 나와 내분비내과로 갔다. 역시 간호사의 지적을 받고 김덕규 교수님의 진료실로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오전 시간대 마지막 환자였다. 내분비내과는 원래 오전 11시32분에 예약되어 있었다.
다음 진료는 석 달 뒤 같은 날인 5월 26일 내분비내과 오전 11시20분, 심혈관센터 오전 11시58분으로 예약되었다.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두 시간 전에 피검사를 해야 한다는 김덕규 교수님의 당부가 있었다. 두 군데 진료를 다 마친 후 원무과에서 계산을 하고 약 처방전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복도와 곳곳에 손세정제를 두고 직원들이 손을 닦고 가라고 권하였다.
병원 앞의 늘 가는 약국에 가 약을 탔다. 아침을 굶은 터라 배가 고파 새로 생긴 ‘할매밥집’에 가 아점을 먹고 인근에 있는 카페에 가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곤 구덕운동장 쪽으로 가 15번 버스를 타고 영락교회 앞에서 내려 아미동 방향으로 걸어가 ②번 마을버스에 환승하여 감천문화마을에서 내렸다.
평일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아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들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제법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입국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없다고 들었다.
골목으로 올라가 적멸보궁 관음정사로 들어갔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아버지’로 불리는 분(81세)과 절 위쪽에 포장도로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소장님이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필자가 들어가자 두 분은 차례대로 나가셨다. 아버지라는 분과는 일전에 다른 몇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예전에 사하구의원을 하셨다는데 아직 정정하신 모습이었다. 스님께 동아대병원 앞 카페에서 구입한 ‘꿀레몬청’을 드렸다.
스님이 우려주시는 보이차를 마시고 강정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은 지난 해 12월부터 천일기도 중이시다. 세 번째 천일기도이다. 스님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가끔 뵙는 유분식 전 교장선생님이 허리가 좋지 않다고 스님은 설명하셨다. 교장선생님이 라벤더와 페퍼민트 향이 나는 가습기를 필자에게 주시라며 스님께 맡겨놓으셨다고 했다. 그걸 받아들고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후 5시30분에 화개로 출발하는 막차를 타기 위하여 일어섰다.
절에서 나오면서 보니 중국 관광객들의 수가 더 늘어나고 있었다. 필자는 순간 “마을 들어오는 입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손세정제를 여러 개 놓고 손 소독을 하라”고 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중국 관광객이라고 모두 환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는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매일 새로 발생한다고 뉴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심각한 바이러스이니 예방을 할수록 좋지 않은가. 필자가 살고 있는 지리산 화개골의 사람들도 모두 이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막차를 타고 새로 이전한 하동시외버스터미날에 도착하니 버스기사께서 “7시50분에 여기서 출발합니다. 화장실 다녀오실 분 다녀오세요”라고 멘트를 하셨다. 30분가량 정차한 후 출발한다는 말이다.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는데 ‘인근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손을 자주 씻기를 바란다’는 재난문자가 왔다. 화장실에 가 소변을 보고 손을 씻으려고 하니 비누도 없고 손세정제도 없었다. 지방이라서 군청이나 보건소 등 관련 부처의 관심이 덜한 것인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입구에는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비누나 손세정제로 손을 자주 씻으라는 글귀가 있었다. 대합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여기서 승용차로 1시간 대 거리인 광주에서 16번째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보도를 하였다.
화개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저녁 8시 10분이었다. 조용한 지리산 산골에서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대도시인 부산에 나갔다 오니 피곤하였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긴장을 하였고, 버스를 타고 오갈 때 눈을 전혀 붙이지 못하여 더 그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비누로 손을 두 차례나 씻은 후 양치질과 세수를 하였다.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박사 mass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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