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금요일 하동에서 부산 온천장으로 가던 중 진영~기장 외곽순환 고속도로 진영2터널을 벗어나다 오후 4시 조금 넘어 앞에 가던 트럭을 추돌했다.
차를 정비공장에 견인해 갔지만 “수리가 불가하다”고 해 폐차하기로 했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골절은 없었지만 목을 제대로 들지 못할 만큼 진통이 있었고, 왼쪽 어깨 부위와 허리가 심하게 아팠다. 머리도 마치 혈압이 심하게 오른 것처럼 무겁고 띵하니 아팠다.
하동야생차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있다 지금은 김해시 한림면 소재 수도박물관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는 장혜금 학예사가 급하게 와 필자를 진영병원으로 이송해주었다.
입원을 했다. 사고가 나는 순간 너무 놀라 정신이 멍한 상태인지라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인 22일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을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날 오후 퇴원해 버스로 김해-마산-진주-하동으로 몇 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겨우 집이 있는 화개 목압마을의 목압서사에 도착했다. 떠돌이 강아지인 ‘미미’와 ‘무미’가 펄쩍펄쩍 뛰며 난리였다. 자기들끼리 굶으며 하루를 지낸 것이다. 이들에게 사료를 준 후 고양이들에게도 사료를 주었다. 그리곤 집안에 들어가 애완견인 ‘사랑이’에게 먹을거리를 주었다. 사랑이가 집안을 엉망으로 해놓았다.
몸은 아픈데 역시 잠이 오지 않았다. ‘정신이 너무 놀란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종일 집에서 쉬었다. 이튿날인 22일 오후 시골버스를 타고 병원에 와 의사의 진단을 받고 입원을 했다. 다인실인 4인실이었다. 올해 일흔인 환자 한 분이 계셨다. 편의상 A씨로 칭하겠다. 읍내에 사신다는 A씨는 “오늘 두 사람이 퇴원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등의 차원에서 병원 명이나 개인의 이름은 적시하지 않는다.)
진영병원 병실에서도 그랬지만 이 병원의 병실에 있는 TV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뉴스가 계속 이어졌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어났다. 특히 대구는 모 교회 신도들의 감염으로 확진자가 타 지역으로 확산됐고, 경북 청도의 모 병원 입원환자들 중에서도 확진자가 많다는 방송이 나왔다.
피곤해 밤 9시쯤 병상에 누웠다. 필자의 침상 앞 침상에 계시는 A씨는 TV를 보고 계셨다. 귀가 어두우신지 TV볼륨이 컸다. 그는 기침이 심했고, 가래를 많이 뱉었다. 초저녁에는 화장실에 들락거리며 가래를 뱉더니, 밤이 되니 병실에서 계속 뱉었다. 한 번씩 기침과 가래 때문에 숨 쉬기가 곤란한지 “꺼억”, “꺽” 소리를 냈다. TV소리와 A씨의 기침과 가래 뱉는 소리 탓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11시가 다 됐을까? 목소리가 크고 거친 아저씨 한 사람이 바로 내 침상 옆 침상에 입원을 했다. 편의상 B씨로 칭한다. 그는 간호사에게 “아가씨, 먹을 것 좀 갖다 줘.”, “물 좀 떠다 줘”라며, 하녀 부리듯 큰 소리로 고함을 쳐댔다. “내가 응급실에서 너거 하고 싸운 거 알제?”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 응급실에서 간호사에게 한바탕 한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아가씨, 치킨 한 마리 시켜줘”라고 고함을 질렀다.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치킨집 아는 곳도 없고, 우리는 그런 것 안합니다.”라고 대답하곤 나가버렸다.
그러더니 B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야, 내가 돈이 없어 오늘 일부러 시비를 걸어 후배에게 두들겨 맞았다. 전치 4주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는 순간 앞 침상의 A씨가 기침을 하면서 가래가 목에 걸렸는지 “꺼억 꺼억”거리자, B씨는 “할배, 간호사 불러줄까요?”라고 했다. 그로서는 A씨가 그렇게 하는 걸 처음 본지라 놀랐던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114를 통해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치킨 한 마리와 맥주 1병을 주문했다. 자정쯤 치킨이 배달 돼 B씨는 그걸 다 먹고는 휴대폰으로 흘러간 노래를 크게 틀어 따라 불렀다. A씨는 이에 질세라 TV볼륨을 더 높였다. 필자는 침상 옆의 커튼을 치고 눈을 감고 있었지만 괴로웠다.
한참이 지나서야 간호사가 와 “소리 좀 줄이세요”라고 하자 B씨는 휴대폰을 껐다. 잠시 후 B씨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자, 필자는 병상에서 일어나 병실의 불을 껐다. A씨의 기침과 가래 뱉음은 끊이지 않고 계속 됐다.
또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했다. “퇴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퇴원해 다른 병원으로 가든지, 집에서 버스로 통원치료를 하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날이 밝자 A씨는 간호사를 불러 “새벽에 호흡이 가빠 숨을 못 쉬어 고생했다”며, “아침 일찍 약국에 가 약을 타와야겠다”고 했다. 간호사는 “과장님이 9시 전에 오시니 말씀 드리고 가시라”고 했다.
필자는 이해되지 않는 게 있었다,
첫째는 TV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떠들어 대는데, 병원의 간호사들이나 환자들이 대부분 무감각한 것 같았다. 물론 너무 과민하게 대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금은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매일 늘어난다고 TV에서는 종일 방영을 해대고 있는 시점이다. A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복도에서도 쿨럭쿨럭 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도 간호사들이 그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간호사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했다. 환자들 중 어르신들이 많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둘째는 필자가 고민에 고민을 하다 A씨가 외출하고 없을 때 간호사실에 가 “A씨의 기침과 가래가 심하던데…”라고 하자, 신경질적으로 “괜찮아요”라며 핀잔주듯 응답했다. 퇴원을 고민하다 혹시나 싶어 간호사에게 “다른 병실에 빈 침상이 있으면 저를 옮겨줄 수 있습니까?” 물으니, “알겠어요”라며 옆방으로 옮기라고 했다. B씨는 코를 있는 대로 골며 단잠에 빠져있었다. 옆방에 가니 역시 4인실인데 환자 두 분이 계셨다. 순간 ‘침상이 여유가 있는데 왜 굳이 A씨가 있는 병실에 나를 넣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병실 여유가 있으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A씨를 혼자 쓰도록 하면 서로가 좋지 않을까?
여하튼 이 이야기는 그만하겠다. 2020년 2월 25일, 오늘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가 총 977명이며, 11명 째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가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됐으며,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입국시키지 않고 공항에서 바로 격리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상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창을 통해 바깥을 보니 매화가 하얗게 많이 피어있는 가운데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와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속절없이 기다리는 사람마냥 침상에 가부좌 틀고 가만히 앉아 있을 생각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박사 mass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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