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이런 것인가? (6)어떻게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단 말인가?(2/2)

조송원 승인 2020.10.18 19:41 | 최종 수정 2020.10.18 19:56 의견 0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타당한 삼단논법이다. 그러면 이것은 어떤가? ‘모든 생물은 물을 필요로 한다. 벼농사는 물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벼농사는 생물이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잘못된 삼단논법이다. 물론 결론도 ‘참’이 아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이런 주장을 하면, 그 잘못됨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우리들 중 몇이나 될까?

“모든 교사는 한 여인을 사랑한다.” 이 말을 들으면 당신은 어떻게 해석(?)하는가? 누구는, 모든 교사가 ‘특정 한 여인’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또 누구는, 모든 교사가 ‘각자의 애인/아내/어머니’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두 가지 해석이 모두 맞다. 한데 어느 한 쪽만 진실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떤 결과가 될까?

#3. “People people left left.” 무슨 뜻인가? 비영어권 사람에게도 어려운 단어가 없다. 같은 두 단어를 반복 사용한 네 말마디의 간단한 문장이다. 그러나 영어를 모국어(a native language)로 사용하는 언중言衆도 한참 동안 머리를 굴러야 그 뜻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버린 사람들은 떠났다.’ 물론 시험 문제로 받아든 학생이 아니라면, 곧 직접 이해가 걸린 일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굳이 머리를 굴리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염병할! 같잖은 말을 씨불이고 있네.’ 하고 화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의 ‘지적 게으름’을 합리화할 것이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정치가는 말로써 정치행위를 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참’이 아닌 사실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치인의 말을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고집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더구나 사안이 복잡한 과제는 달리 쉽게 말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복잡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데, ‘젠 체’하는 엘리트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어떤 정치인을 평가, 지지하는 일은 위의 세 가지 보기보다 훨씬 더 지난한 일이다. ‘두뇌의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결코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한데 우리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어떻게 결정할까?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정치적 지향이 갖는 함의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현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현대에서 나의 행·불행을 결정하고, 사회적 문제를 깡그리 해소해주는 ‘메시아(Messiah)’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현명한 결정들이 모여 리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 나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바이든 후보 [ABC News]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 나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바이든 후보 [ABC News]

‘누가 트럼프를 지지하는가?’ 이에 대답하려면, 전편前篇에 논급한 트럼프의 ‘반과학적’ 태도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컬럼비아 대학교 석좌교수인 제프리 삭스(Jeffrey David Sachs)에 따르면, 트럼프의 반과학적 성향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성향은 현대 미국 공화당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반과학적 태도를 고집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공화당의 지지기반인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동원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의 과학부정은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데에 그 뿌리를 박고 있다. 곧, ‘성서 무오류주의’에 대한 신념이다. 둘째는, 현대 공화당의 광적인 반환경주의(anti-environmentalism)이다. 공화당은 몇 십 년 동안 거대한 석유 및 석탄 사업체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아왔다. 그 대가로 환경보전과 기후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규제를 차단하고 뒤집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런 까닭으로 과학적 진실과 이에 기반한 정책은 공화당과 그 우호세력에 의해 심대하게 침해를 받았다. <Fox News>, 성서 무오류주의에 근거한 복음주의 기독교인, 그리고 과학적 증거까지 부정하고 선거자금을 퍼붓는 기업인은 진실보다는 ‘자기 이익’을 위해 트럼프를 지지한다. ‘지구의 안녕’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기 신념과 이익’에 봉사할 대통령이 필요할 뿐이다.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축약본이 11월 3월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개인적 편향’과 ‘자기 이익’은 진실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 퓨(Pew Research Center)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체 미국인의 62%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처가 다른 나라보다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화당원 64%는 다른 나라만큼 혹은 더 잘했다고 보았다.

조송원

11월 3일의 미국 대선에 대해, 선거당국자들은 ‘투표일(election day)’이 아니라, ‘투표주간(election week)’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우편투표와 사전투표가 최고치를 기록, 개표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이 문제다. 이 세 주는 사전에 도착한 우편투표를 모아뒀다가 투표일 당일 봉투를 개봉, 개표를 시작한다. 그러므로 최종 개표 결과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세 주의 결과에 관계없이 바이든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미국 민주주의는 각종 추문에 휩싸일 것이다. ‘사기’, ‘불법 선거’, ‘위법 우편 투표’ 등 민주주의를 오염시키는 언어들이 어지러이 흩날릴 터이다.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진실이 ‘당파적 이익’에 묻힐 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 문맹(scientific illiteracy)’이 과학적 증거까지도 짓밟을 것이다. 이 혼란의 타개책은 오직 바이든의 압도적인 승리(a landslide victory)뿐이다. 조심스럽지만 결과를 낙관한다. 미국인의 민주의식과 정치의식을 제대로 읽은 것일까? 안타깝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미국 대선을 관전한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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