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0) - 팔순에 즈음해

소락 승인 2021.01.12 20:50 | 최종 수정 2021.01.15 12:21 의견 0
운동하시는 울 엄마

엄마가 팔순을 맞이하셨다. 나이 팔십이 뭔 자랑할 게 있냐며 지인들께 폐를 끼칠 수 있는 팔순잔치에 관해선 절대 하지 말라며 호통부터 치고 말도 못꺼내게 하시는 엄마다. 하지만 팔순을 기념해 책을 쓰겠다는 청개구리 같은 아들의 막나가는 짓을 막으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계획했었던 글쓰기를 잠시 접고 이 불충 부족한 아들이 엄마에 관해 쓰려고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은 엄마 몰래 이루어졌다. 내가 엄마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하면 엄마는 화부터 내셨다. 아버지는 뭐 그리 예민하냐고 내 편을 들며 엄마를 다독거리셨지만 엄마는 단호하셨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이렇게 강행하면서 아버지의 심정적 지원 아래 글을 쓰려고 한다.

처음에는 감히 유시정 여사 인물전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아들 입장에서 엄마를 객관적 일반적으로 논하는 춘추필법(春秋筆法)식 평전(評傳) 쓰기는 정서적으로 가당치도 논리적으로 가능치도 않을 것이라는 철든 깨우침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아들 입장에서 엄마에 관해 주관적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울엄마 이야기’로 바꾸었다. 요즘도 엄마에게 청개구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불효하는 아들이다. 하지만 그나마 조금 잘 할 수 있는 아들의 소질을 살려 엄마에 관한 글을 쓴다는 일은 아들로서 나름 보람된다고 느껴진다. 엄마 이야기에 관한 이 글이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고시절 울 엄마

엄마는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 하신다. 내가 스냅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좋아 하시지 않는다. 찍지말라며 호통도 치신다. 그런데 엄마에 관한 글을 쓰는데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철부지로 보이는 아들이 엄마에 관해 글쓰기를 한다는 것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셨지만 이왕이면 운동하는 모습을 찍으라고 하신다. 손주들에게 운동하는 할머니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시다면서. 오늘 특별한 허락을 받아 이렇게 마음놓고 찍게 되었다.

엄마는 노력파이시다. 무슨 일을 하시든지 최선의 노력을 다 하신다. 골다공증으로 허리가 편치 않으시고 다리가 아프시지만 요즘도 집안 도배일도 하시고 페인트 칠도 하신다. 이제 제발 그만 하시라고 하지만 아들 말을 순순히 들으실 분이 아니다. 꿋꿋하시다. 당신의 생각이 확고하시다. 아직도 아들의 말은 씨알도 안먹힌다. 내가 무슨 엉뚱한 말이라도 하면 ‘개떡같은 소리’하지 말라며 야단치신다.

그래도 나는 엄마의 기운찬 생명력에 늘 감사드린다. 아직도 나는 엄마복이 많은 놈이다. 엄마는 내가 술 마시는 걸 무척 싫어 하신다. 가끔 술 마시는 게 엄마한테 발각되어 내게 호통을 치시지만 그마저도 은혜와 축복이며 영광으로 여기며 산다. 이제 울엄마의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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