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3) - 일본인 선생님과 1학년 소녀들

소락 승인 2021.01.15 19:57 | 최종 수정 2021.01.15 22:32 의견 0
무학국민학교 1학년 단체사진(남자 선생님 오른쪽 뒤가 엄마)
무학국민학교 1학년 단체사진(남자 선생님 오른쪽 뒤가 엄마)

엄마의 기억력은 여전히 또렷하시다. 본적인 효자동 95번지를 아직도 금방 말씀하시며, 또한 출생지인 상왕십리 176번지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거기서 가까운 무학국민학교에 입학하였다. 이 학교는 1904년에 개교하였다는데 2015년 9월 1일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했다하니 역사와 전통이 대단하다. 일제강점기, 왜정(倭政)시대, 일제시대로 불리는 항일시대(1910~1945) 이전에, 그 당시 4대문 안도 아니고 동대문 밖으로 왔다갔다 왕복하는데 10리가 걸려서 왕십리(往十里)라는 한양 변방에 초등학교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얼마 전 개교 100년을 축하하였다고 한다. 엄마 말에 의하면 국민학교 2학년 때 광복을 맞이하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단체사진은 1945년 1학기에 이전에 찍은 사진인 듯하다. 8월 15일 광복절 이후에는 이렇게 일본 선생님과 함께 찍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사진 속 가운데 남자 선생님은 전형적인 일본인이다. 당시에는 선생님들도 일본군처럼 옷을 입었다고 들었다. 여자 선생님도 함께 있다. 한 반에 두 명의 담임 선생님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두 반이 하나로 찍은 것일까?

저 남자 일본인 선생님은 엄마를 꽤 예뻐하셨단다. 과연 엄마는 80명에 가까운 저 어린 소녀들 중 어디에 있을까? 엄마는 선생님 바로 옆이라는데 남자 선생님 바로 오른쪽 뒤에 있는 듯하다. 교복을 입은 어린 소녀들 모두 엄마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 당시의 과거를 흑백사진으로 볼 수 밖에 없기에 이 당시의 세상을 흑백으로 떠올리게 되지만 이 당시도 지금처럼 당연히 선명한 총천연색 세상(Colorful World)이었으며 이 당시의 1학년 소녀들도 지금의 어린 아이처럼 무척 귀엽고 예뻤을 것이 당연하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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