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19) - 모처럼 느꼈을 엄마의 행복감

소락 승인 2021.02.01 01:49 | 최종 수정 2021.02.01 01:57 의견 0
아버지가 찍어 주셨을 가족사진
아버지가 찍어주셨을 '창경원' 가족사진

우리 가족이 나들이를 갔다. 지금 창경궁으로 바뀐 창경원이다. 궁궐을 동물원으로 만든 것은 일본인들의 얍삽한 짓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가족 나들이다. 아마도 이 당시 아버지가 직장인 신문사에 다니시며 경제적 안정을 조금 이루었던 덕분이었을 것 같다. 나들이 장소를 창경원으로 선택한 것은 아버지와 엄마 중 누구의 결정이었을까? 아무래도 엄마의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엄마는 창덕여고를 나오셨기에 바로 학교 옆에 있는 창경원에 대해 익숙하였기 때문에 3남매를 데리고 창경원 구경을 가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창경원은 우리 한국인의 역사적 아픔이 있는 곳이다. 창경궁이라는 엄연한 궁궐을 동물원으로 만들어 창경원이라 지은 것은 항일시대 때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의 역사를 깔보며 조선의 궁궐에 동물원을 지었다. 나는 나들이를 가기 전 우리 집에서 누나와 함께 사진을 찍고 갔다. 그런데 사진에서 누나가 사라졌다. 아쉽다. 내가 처음으로 웃고 찍은 사진이다. 오십여 년이 지난 사진이지만 나답게 나왔다.

도대체 카메라를 어디서 구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당시에 카메라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을 텐데. 아무래도 회사 친구분이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빌려주셨을 듯싶다. 빌려준 분께 감사를 드린다. 비록 감사를 받으실 수는 없겠지만 감사의 기운이 고마운 분께 신비한 파동으로나마 날라서 가면 좋겠다. 이 사진이 없었다면 소싯적에 한 번도 가족 나들이를 한 기록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창경원에서 말을 탄 기억도 난다. 이왕이면 흰말(白馬)을 타고 싶었던 기억도 난다. 이 당시 엄마는 모처럼 작은 행복감에 젖었을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 분명히 웃으셨을 엄마의 밝은 미소가 이 가족 나들이 사진에서는 더욱 실감나게 상상된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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