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44) - 아들의 인생방향을 주었던 부모님

소락 승인 2021.02.25 17:23 | 최종 수정 2021.02.27 17:18 의견 0
부족한 아들의 입학식에 오신 아버지와 엄마
부족한 아들의 입학식에 오신 아버지와 엄마

나의 대학 입학식 사진이다. 대학이라고 하지만 내가 입학할 때는 내 뒤의 간판에서 보다시피 전문학교였다. 2년 후 졸업할 때 전문대학이 되었다. 아무튼 성남시 단대동에 있는 신구전문대학 입학식에 엄마와 아버지가 오셨다. 과는 사진과였다. 사진과를 간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별 생각없이 들어갔다. 그래도 들어갈 때에 3:1이나 되는 경쟁률이 있었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에 의하면 엄마와 중탕보약집을 함께 하시던 아버지는 시험 전 날 중탕보약 달이는 항아리 뚜껑을 붙잡고 통렬하게 기도하셨단다. 아버지가 그리도 원하시던 서울대 치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신구전문학교 사진과 들어가는 입학시험인데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셨단다. 아버지의 기도 덕분에 나는 3 : 1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리고 나의 이 진학은 내 인생의 직업 방향을 잡아주었다. 2년제 대학에 들어가 보니 4년제 대학이 너무 가고싶었다. 당시에는 대학 진학율이 20~30% 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다행이 편입 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 준비했다. 방학 때는 절에서 숙식하며 공부했다. 편입시험을 보려는데 갈 수 있는 학과가 딱 두 개밖에 없었다. 사진학과와 광고홍보학과였다. 그 두 학과는 중앙대학교 밖에 없었다. 그 당시 문교부 공무원의 펜 끝에서 내 갈 길이 운명처럼 우연히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나는 신구전문대학 사진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2학년으로 편입학 할 수 있었다. 나 어릴 적 아버지와 엄마에게 가장 기뻤던 경사였다. 나는 졸업 후 대학 전공을 살려 광고회사에 들어가 밥먹고 살고 또 광고홍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으니 광고홍보와 관련된 나의 그 길은 결국 저 전문학교 입학식 때부터 아주 우연히 결정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겨우 전문학교에 들어간 것인데, 그래서 엄마 친구들 모임에서 아들이 어디 입학했다고 자랑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기꺼이 내 입학식에 와서 아들의 팔짱을 끼며 사진을 찍었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엄마 복이 많은 놈이다. 지금도 나이가 환갑이 가까워 와도 엄마 복으로 사는 놈이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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