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45) - 다시 합쳐서 살게 된 우리 가족

소락 승인 2021.02.26 18:00 | 최종 수정 2021.02.26 18:06 의견 0
내가 촬영하고 현상하고 인화한 사진
내가 촬영하고 현상하고 인화한 사진

행당동 한양대 앞의 집에서 장사를 하시던 엄마와 아버지와 떨어져 봉천동에서 살았던 나와 누나, 그리고 여동생 안나는 다시 합쳐서 한 지붕 아래 살게 되었다. 신구대에 입학하여 서울대는 물 건너 갔으니 봉천동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다. 다시 우리 삼남매는 행당동 집에서 살았다. 2층은 장사를 하는 곳이고 1층이 집이었는데 가장 작은 문간방은 내 방이었다. 그 방은 내 공부방이기도 하면서 음악을 듣는 방이기도 했다. 엄마는 나를 위해 금성사가 만든 다이나믹스라는 상표의 스테레오 오디오를 사주셨다. 또한 사진과를 다니는 아들을 위해 니콘 카메라를 사주셨고 암실을 차려주기도 했다. 깜깜하게 검은 커튼이 쳐진 암실에는 사진을 현상을 할 수 있는 기자재와 약품, 그리고 흑백사진 인화기 등이 있었다.

저 가족 사진은 내가 자동으로 찍고 내 방에 차려진 암실에서 내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한 사진이다. 비록 사진 공부를 멀리하고 편입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지만 입학한 초기에는 정말로 내가 사진작가라도 되는 양 사진을 찍고 직접 현상도 하고 인화도 하고 그랬다. 참으로 거창하게 내게 서울대 치대 가는 게 좋겠다고 했던 아버지로서는 아들이 사진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내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었다. 특히 엄마는 아들에게 뭐하라고 강요하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자애로우신 엄마였다. 그런데 중탕보약집 장사를 하느라 힘드신지 엄마가 예전처럼 화사하게 웃지 않으시니 마음이 좀 안쓰럽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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