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47) - 힘들고 바쁜 중에 피어난 행복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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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16:11 | 최종 수정 2021.03.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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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에게 한양대 앞의 집은 보양원이라고 부른다. 엄마와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중탕보약집 이름이 보양원(補陽院)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기에도 이름을 참 잘 지으셨다. 아버지가 지으셨다고 한다. 내가 나중에 이렇게 엄마에 관한 글을 쓰는 줄 알았다면 진작에 가게 앞 간판도 찍고 보양원에서 일하고 계신 엄마와 아버지의 사진을 찍어 두었어야 하는 건데 하나도 없어서 아쉽다.
행길에 있던 보양원은 2층이고 반지하 1층은 우리 식구가 사는 가정집이었다. 엄마는 늘 2층에 계셨다. 장사가 잘 되어 매우 바쁘게 일하셨다. 겨우 끼니를 때우시러 내려오시거나 잠자러 내려 오시기 전에는 2층에서 일하셨다. 엄마의 남동생인 외삼촌네 집에서 사시던 외할아버지는 가끔 우리 집에 오셔서 며칠 지내시기도 했다. 엄마는 그 때마다 바쁘신 중에도 할아버지를 애뜻하게 잘 모셨었다. 누나는 어릴 때 외할아버지네 집에서 살았기에 외할아버지와 정이 나보다는 각별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딸인 엄마네 집에 오면 행복해 하셨다.
내가 찍은 저 사진은 그렇게 엄마가 힘들고 거친 중탕보약집 장사를 하시면서 바쁜 중에도 외할아버지 옆에서 밝게 웃고 있는 결정적 순간이다. 누나도 외할아버지 앞에서 정답게 재롱과 애교를 부리고 있는 즐거운 순간이다. 덕분에 외할아버지도 살짝 웃고 계신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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