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51) 엄마를 강연자로 초청하신 선생님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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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18:43 | 최종 수정 2021.03.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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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비록 힘들게 중탕보약집 장사를 하셨어도 격조와 품위를 잃지 않으셨다. 보약을 주문하러 처음 오신 손님들은 언제나 활짝 밝게 웃고 활기 넘치는 엄마의 매력에 단골이 되었다. 그러한 엄마의 매력은 바로 엄마의 강연에서도 드러났다. 여동생인 안나가 무학여자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학부모를 초청하여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박안나의 엄마인 울엄마가 강사로 초청되어 안나의 학급 친구들 앞에 서게 되었다. 아마도 엄마의 난생 처음 강연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 강연하는 모습같지 않고 매우 노련한 강사처럼 보인다. 이 날 강의의 주제는 6·25 전쟁이었다고 한다. 엄마는 어릴 적 겪은 한국전쟁 때의 아픈 체험담을 생생하게 들려 주었을 것이다. 안나의 증언에 의하면 엄마는 이날 야쿠르트를 잔뜩 사가지고 갔는데 친구들이 강연 중에 맛있게 마시고 예정에도 없던 체조까지 체육관에서 진행하였다고 한다. 아이들한테 엄마의 인기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내 동생 안나는 엄마가 중탕보약집 장사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숨기지도 않고 친구들을 집으로 많이 데려와 놀기도 했다. 그러니 안나 엄마가 한양대 앞에서 중탕보약집 장사를 한다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다 아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한양대 앞에서 중탕보약집 장사를 하는 안나 엄마라고까지 친구들 앞에서 말하고 당당하게 격조있게 품위있게 저렇게 활기찬 강연을 하셨던 것이다.
엄마는 모자도 좋아하시지만 머리띠도 좋아하시는데 저 강연 때에도 머리띠를 아름답게 두르고 강연을 하셨다. 저 사진은 안나의 담임 선생님께서 찍어 주셨는데 그 선생님은 엄마를 강연자로 초청한 장본인이기도 하면서 우리 집안의 운명까지 바꾸는 선생님이 되었다. 한양대 앞에서 사시던 우리 가족은 선생님의 조언으로 잠실로 이사가게 되었다. 이날 선생님을 알게 된 엄마는 선생님에게 다시 봉천동으로 이사가려고 한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그러지말고 안나가 성적이 좋으니 이왕이면 강남인 잠실로 가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 당시 다시 봉천동으로 이사가려고 했었단다. 하지만 엄마는 선생님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잠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그 쪽 방향으로의 이사는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흥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안나 말로는 영어를 가르치시는 남자 선생님이었다고 하는데 엄마는 늘 그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계시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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