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정
                      박선숙

누렇게 익어가는 산과 들
중후하게 휘어진 감나무의 허리
열정으로 타올랐던 여름을 지나
주렁주렁 묵직한 가을

줄줄 흐르는 땀내 지우러 내려온
서늘하고 푸른 바람
알록달록 낙엽 내음 씻으며
개울물처럼 쉼 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흔적

이 가을 어디쯤에
아픈 추억을 묻어두고
쓰디 쓴 가을비 맞으며
숨 가쁘게 달려가는 가을의 시간

눈물 한 줌으로 지새우는 가을밤
달달한 밤처럼 익어가는 가을
세찬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억새를 닮은 가을 여정

◇ 박선숙 시인

▷「시와 수필」 등단 
▷「시와 서정」 동인
▷「부산시인」 동인 
▷「김민부문학제」 운영위원 
▷동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저리타임 박선숙 sunsp@injurytime.kr 박선숙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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