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교수의 호스피스 이야기】 (12) 호스피스 임종 과정에서의 증상과 돌봄

박선숙 승인 2022.10.14 08:48 | 최종 수정 2022.10.15 07:38 의견 0
[픽사베이]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극단적으로 체험하게 되는데요, 특히 임종 직전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마지막 투쟁처럼 방어기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알다시피 방어기제는 무조건 나쁘거나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적절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죽음에 대해 개인이 가지는 위협적인 요소들로부터 압박과 긴장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로는 퇴행(Regression), 억압(Repression), 억제(Suppression), 부정(Denial), 의존성(Dependence), 합리화(Rationalization), 비인간화(Depersonalization), 주지화(Intelletualization), 승화(Sublimation)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을 사고와 분리시켜 위협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비인간화(Depersonalization)처럼 내부 자아의 한계를 외부적인 현실로부터 모호하게 함으로써 비현실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부적응적인 것도 있습니다.

죽음은 그만큼 피하고 싶고 대면하기 싫은 것이며, 두려움이 가장 큰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과 정서적 반응을 수용해주고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안정감과 조절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임종 시기에 임종자는 주변 사람들이 함께 있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길에 그들을 돕는 것은 생명을 돕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죽음과 의식적으로 대결하면서 인격적으로 수용하여 실존에 대한 해답을 얻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한 임종 전 마지막 48시간 동안에는 여러 장기의 기능부전으로 인해 호흡곤란, 가래 끓는 소리, 경련, 요실금(변실금), 배뇨곤란, 발한, 신음, 의식상실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사장애 증상들을 충분히 이해한 후 그들의 상태를 살피며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그들은 자신의 상태를 피하거나 없애거나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서적 불안정이 심화되어 혼돈(confusion)의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가능하면 밤에도 불을 켜 놓는 것이 좋으며, 현재의 모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어 공포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약물 과다 사용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진정제나 진통제의 용량을 줄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말기에 나타나는 호흡곤란은 불안에 의한 호흡수의 증가가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불안을 줄여주기 위하여 조용한 환경을 조성해주면서 안심시키고 이완시키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창문을 열거나 선풍기 등을 사용하여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종을 앞둔 이들의 약 70%는 임종 전 48시간 내에 의식이 없어지며, 이때 호흡음이 거칠어지거나, 가래 끓는 소리, 신음소리 등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가족들이 크게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리가 고통스러워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신음소리를 내는 경우의 대부분은 상기도 근육이 이완되어 호기 시에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불안을 느낄 때는 항상 이야기하도록 격려하고, 충분한 설명과 정신적 도움을 가족에게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호스피스 전문가는 임종자가 자신의 고유한 죽음을 인간적으로 수용하고 품위 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죽음에 대해 스스로 준비하게 될 때 더욱 편안해지고 올바른 수용이 가능해집니다. 자신이 죽음 앞에 홀로 버려져 있지 않고 자신 곁에 누군가가 있고 자신을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종의 순간에 임종자 곁에 누가 있을 것인지의 결정도 필요합니다. 임종자 곁에는 가족이나 친지, 호스피스 전문가, 의료인, 영적인 상담자와 사목자 등 여러 사람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들은 각자의 역할이나 과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죽음을 맞이하고 이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임종자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나 그를 가장 잘 이해 해주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임종자는 죽음에 대한 수용과 삶의 의미에 대한 반성, 용서, 믿음과 희망을 필요로 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곁에서 인간으로써 품위 있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온화하게 지속적인 지지를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시인>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