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한 산모의 상속인 자격

낙태한 산모의 상속인 자격

양종찬 승인 2018.04.25 00:00 의견 0

키이라 카스의 책 'The Heir' 표지. 출처 : 북구글닷컴

Q : 甲과 혼인하여 혼인생활을 하던 乙은 甲과 사이에 태아(A)를 잉태하여 2018. 10.경 출산을 앞두고 있었으나, 2018. 4. 21. 甲이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함에 따라 앞으로 혼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나머지, 2018. 5. 12. 임신 중이던 태아(A)를 낙태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甲의 재산을 둘러싼 상속문제가 발생하자, 甲의 모 丙은 甲의 배우자 乙이 자신과 동순위 상속인이었던 태아(A)를 낙태의 방법으로 살해하였으므로 상속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丙의 주장이 타당한지 궁금합니다.

A :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주체에게 법률상 권리능력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상속 또한 그 효과로써 피상속인의 권리·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된다는 점에서, 상속인은 권리능력을 구비하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민법은 태아의 권리능력에 대하여 몇 가지 특정한 사항에 대해서만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태아가 있는 경우 태아도 직계비속으로서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민법 제1000조 제3항 참조).

따라서 사안의 경우 태아(A)는 甲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 개시 당시 태아 상태에 있었으므로 甲의 상속 개시에 따른 상속인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상속순위는 직계비속으로서 1순위인 동시에 甲의 배우자인 乙과 동순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에서 乙은 태아(A)의 출생 이전에 태아(A)를 낙태하였는 바, 이와 관련하여 민법 乙이 민법 제1004조 제1호에 따라 상속결격자에 해당하는지 문제됩니다.

즉 민법 제1004조 제1호는 특정 상속인이 상속상 유리한 지위를 점하기 위하여 상속의 동순위자 등을 살해하는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 같은 일이 실제 발생하는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유리한 지위를 점한 상속인에게 유리한 법률효과의 귀속을 막기 위하여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를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아(A)는 乙과 상속 동순위자에 있었으므로 乙이 태아(A)를 낙태한 것이 상속 동순위자에 대한 살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은 일찍부터 산모가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태아를 낙태하는 경우 이는 제1004조 제1호 소정의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는 바(대법원 1992.5.22. 선고 92다2127 판결 참조), 이는 태아의 보호와 함께 태아의 상속상 권리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0조 제3항과의 균형상 태아의 낙태를 다른 상속인의 살인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안에서 乙은 태아(A)를 낙태함으로써 유리한 상속인의 지위를 점하겠다는 의사는 전혀 없었고, 단지 막막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낙태를 감행하게 된 것인 바, 이 같이 동순위자를 살해하는 것이 상속에 있어 유리하다는 인식이 없는 경우에도 이 같은 인식이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지 문제됩니다.

즉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에 차이가 있는바, 상속에 있어 유리하다는 인식이 없었던 경우에는 그 상속인의 상속인으로서 자격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민법 제1004조 제1호는 그 규정에 정한 자를 고의로 살해하면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더 나아가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까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조항은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 이외에 직계존속도 피해자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계존속은 가해자보다도 상속순위가 후순위일 경우가 있는데 민법이 굳이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에도 그 가해자를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이유는 상속결격요건으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요구하지 아니한다는 데에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대법원 1992.5.22. 선고 92다2127 판결 참조).

따라서 사안과 같이 낙태를 행한 상속인에게 비록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낙태 사실만 인정된다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안의 乙은 그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낙태 사실만으로 甲에 대한 관계에서 상속인의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는 바, 결론적으로 丙의 위와 같은 주장은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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