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133) 일모, 정하해
손현숙
승인
2024.06.15 08:00 | 최종 수정 2024.06.15 10:38
의견
0
일몰
정하해
저것은 꽃들의 섬이다
꽃은 꽃끼리 섬은 섬끼리 그렇게 상관을 잇대고 있는 거다
느릿느릿 뭉쳐지는
전부가 불의에 빠질수록
섬이 점점 자라는 것은
당신을 지상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시집 《다른요일, 지나갔다》을 읽었다. ‘2024. 제4회 시산맥 창작지원금 공모당선 시집’
지금, 화자가 서있는 자리는 일몰시이다. 일몰의 사전적 의미는 해가 짐을 말한다. 화자는 낮의 시간을 지나 이 저녁의 한 때로 기울어지는 지금, 이 순간을 꽃과 섬으로 치환한다. 그러니까 꽃도 한시적으로 고독하고 섬 또한 뭍이 아닌 것으로 고립이다. 그런데 이 두 상관물은 “느릿느릿 뭉쳐”지면서, 화자의 심상 속에서 점점 자라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신.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저 하늘의 일몰은 꽃들의 섬으로 장관이다. 그러니 고독이 고독을 눈치채는 지금, 당신은 꽃의 시간이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발화의 힘』, 대학교재『마음 치유와 시』▷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