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132) 어쩌다, 김인자

손현숙 승인 2024.06.08 07:00 의견 0

어쩌다

김인자

어쩌다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
겨우 겨우
어른이 되었지만

그 다음의 꿈은

고작 어린아이로
되돌아가는 것

그러니까
사는 거 다 헛지랄이었던 거야

김인자 시인

시집 《우수아이아》을 읽었다. ‘2024. 달아실시선/078’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어쩌다, 왜 하필 나는 여기 지구별에 태어난 것일까. 태어나서는 왜 또 시인의 시를 잡고 밤을 홀딱 새워버렸던 것일까. 이 세상 그 누구도 한치 앞의 세상을 가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시인은 “우리에겐 미친 강물처럼 급류로 가야 할 곳이 있다/그곳이 멀지 않다”(「장마」 중에서)로 우리는 결국 “비의 발원지”로 돌아가야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태어남의 첫, 순간이 또 맨 나중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맨 나중의 첫, 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렇게 삶과 죽음은 한 프레임 안에서 주고받는 것임을 “사는 거 다 헛지랄”로 퉁, 친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다시 어린아이의 무엇으로 되돌아가는 것. 김인자 시인의 시집을 읽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죽음 혹은 늙음이 두렵지 않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하나. 그러니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몸으로 오늘을 치열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닐까. 그 “헛지랄” 속에서 당신과 내가 어쩌다 사랑하게 된다면 우리 잠시 황홀해도 괜찮다.

손현숙 시인. 오른쪽 그림은 손 시인의 '마음치유와 시' 수업을 듣는 학생의 커리커처.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발화의 힘』, 대학교재『마음 치유와 시』▷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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