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박사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생태유아교육】(11) ‘사회적 뇌’가 아이의 행복과 학습을 이끈다

임지연 승인 2024.07.08 16:22 의견 0
[픽사베이]

<차례>

1.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세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 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 : 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 아이들은 논다 : 뇌가 좋아하는놀이
5. 아이들은 표현한다 : 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 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 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11. ‘사회적 뇌’가 아이의 행복과 학습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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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에 새겨진 친사회적 본능, ‘사회적 뇌’

아이들은 사람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엄마·아빠에서부터 이모,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 친구들, 언니·오빠와 동생 등, 낯가림이 심한 시기를 제외하면 아이는 대체로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교류하는 것을 즐긴다. 집에 낯선 손님이 오는 것도, 친구 집을 방문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구예요?”, “누구 엄마예요?” 하며 아이들은 낯선 당신의 등장에 눈빛을 반짝일 것이다.

왜 아이들은 이렇게 사람에게 관심이 많을까?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의 이러한 ‘친사회적 성향’은 인간 뇌에 설계된 ‘사회적 뇌’의 증거이다. ‘사회적 뇌’란, 인간이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에 관여하는 뇌로서 뇌의 일부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 매튜 D. 리버먼은 저서 『사회적 뇌』에서 인간 뇌는 끊임없이 타인의 마음을 읽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이는 인류가 진화를 위해 선택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하였다. 리버먼은 사회적 뇌의 신경과학적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는 본능적 욕구이며 행복과 불행의 근원이다

우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연결에 행복과 불행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회적 관계를 추구하려는 경향은 마치 식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이며 다른 욕구와 마찬가지로 충족되었을 때는 기쁨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는 고통이 따른다.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사회적 보상은 친밀감이나 유대감, 안정감, 소속감, 타인을 돕는 뿌듯함 등을 말한다. 이러한 만족감은 뇌에서 쾌감이나 중독과 관련된 뇌의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의 활동과 옥시토신 분비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그 어떤 쾌감보다 더 높은 행복감을 준다. 갓난아기가 엄마 품속에 안겨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나 엄마가 아기를 돌보면서 느끼는 기쁨이 바로 사회적 보상의 원초적 모습이다.

반면,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나 소외, 배신, 상실감 등은 사회적 고통 역시 어떤 물리적 통증보다 더 크고 아플 수 있다. 사회적 고통에는 뇌에서 통제 기능과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전측 대상회피질(ACC, anterior cingulate cortex)과 공감 능력에 관여하는 전측 섬엽(insular) 부위가 관여한다. 일시적인 엄마의 부재에도 엄청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를 떠올려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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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멍하게 있을 때도 타인과의 관계를 고민한다

갓 태어난 아기도 엄마·아빠의 사소한 행동을 모방한다. 인간에게는 타인의 행동과 의도를 모방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인간은 타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행동을 할 때 사용하는 신경 부위가 자극된다고 한다. 이러한 능력과 관련된 뇌 영역을 거울 체계(mirror neuron system)라고 하는데 인간 뇌는 ‘보고 따라 하기’를 잘 하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또 다른 재능은 타인의 표면적인 행동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도와 감정을 추론하는 능력이다. 타인의 행동을 보면서 "이 사람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내측전전두피질과 측두-두정 영역이 관여하는데 이를 심리화 체계(mentalizing system)라 부른다. 인간은 자동반사적으로 심리화체계를 작동시킨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뇌가 쉬고 있는 상태(기본 신경망, default network)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관계 등 사회적인 연결과 관련된 과제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인간은 멍하게 있을 때도 자기도 모르게 고민할 만큼 사회적 관계는 인간 본성에 각인된 절실한 과제인 것이다.

‘자기’는 개인의 내면에 침투한 ‘사회’

자기(self)는 숨겨지거나 모호한 내면의 세계이거나 개성 넘치는 주관적 세계로서 외부의 사회와는 구분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리버먼은 다수의 연구를 토대로 ‘자기는 개인의 내면에 침투한 사회적 신념과 가치’라고 정의한다. 개인의 내면세계인 자기는 그가 경험하는 타인(사회)에 의한 외부 평가와 타인(사회)을 통해 알게 되는 자기 평가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리버먼은 일견 개인의 의지력으로 보이는 ‘자기통제(self control)’도 개인이 사회에게 적응하기 위해 충동을 억제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결국, 지극히 개인적 영역으로 보이는 ‘자기’라는 세계나 자기를 컨트롤하는 힘도 사회에 의해 형성되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발달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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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뇌’를 되살리는 지혜로운 교육

이제 ‘사회적 뇌’의 시선으로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바라보자. 이제껏 놓쳤던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엄청난 사회적 욕구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그들의 행불행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보일 것이다. 아이들의 뇌는 사회적 세계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교육은 사회적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신경 쓰고 고민하는 그들의 욕구를 너무 쉽게 무시한다. 오히려 교육은 학생들이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정서들을 성적 향상의 방해물로 여긴다. 친구와의 관계가 고민인 아이들에게 교사와 부모는 그딴 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충고한다. 학생들 간의 관계나 학급 분위기를 신경 쓰는 것은 일부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교사들의 특별한 과외 업무쯤으로 여겨진다. 아이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는 식욕이나 수면욕과 같은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욕구이다.

아이들의 친사회적 욕구는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더 잘 학습하게 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감정과 정서들은 유용한 학습 동기이며 기억력 향상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뇌과학 이론은 사회적 동기에 의한 심리화 체계에 기초한 모방이나 추론 능력이 전통적인 학습회로나 기억회로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회적 동기의 힘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아이들의 모습에서 매일 확인할 수 있다. 콩을 입에도 대지 않으려던 아이가 콩을 맛있게 먹고 칭찬도 받는 친구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콩을 먹어보려고 한다. 팽이돌리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가 옆반 형이 멋지게 팽이를 돌리는 모습에 반해 그날부터 팽이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교수법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동기 부여인데, ‘사회’라는 공간은 그것을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해낸다. ‘사회’를 활용해 ‘사회적 뇌’를 되살리는 지혜로운 교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회가 기르는 것이다

‘사회적 뇌’는 인간의 많은 능력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습득됨을 분명히 알려준다. 좋은 사회가 좋은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이 정작 배우는 것은 교사나 부모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경험하는 사회가 믿는 것이라는 것을.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이 성행하는 살벌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약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괴롭히는 사회이며 사회정의보다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이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자기(self)를 형성하는 ‘내면에 침투한 사회’이다.

교육이 좋은 사람을 기르고자 한다면 먼저 좋은 사회, 즉, 좋은 학급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 내용만큼이나 구성원 관계와 학급 분위기와 좋은 학급 문화를 만드는 것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참고문헌>

매튜.D. 리버먼(2015). 사회적 뇌 : 인류 성공의 비밀(최호영 역). 시공사

임지연 박사

◇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https://www.ecoikium.org/)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호치민시 한국학교 유치원 교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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