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보낸 카드
홍 재 현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터져 버린다

경고! 노란 은행잎이 노란 카드를 빼어든다

수북이 쌓인 경고장을 밟고
학교로 회사로
꾸역꾸역 몰려드는 좀비들

퇴장! 단풍잎이 빨간 카드를 날린다

‘우어어어어어’
온몸에 빨간 카드를 뒤집어쓰고
우왕좌왕하는 좀비들

머리 위로 폴폴 하얀 눈이 내린다
겨울이야, 쉬어야지
모두, 얼음!

- 시집 고래가 온다, 청개구리, 시 읽는 어린이 155

시 해설

지난 여름은 너무나 무더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하면 과잉하면 재앙이 닥침을 경고하는 신호가 지구 곳곳에 자연재해로 나타난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터져 버린다’고 시인은 지적을 하면서
‘경고! 노란 은행잎이 노란 카드를 빼어’든 자연의 경고를 상기시킨다. 그렇게 많은 경고장을 보면서도 ‘수북이 쌓인 경고장을 밟고 학교로 회사로 꾸역꾸역 몰려드는 좀비들’이 있다.

공멸할 수 없음을 느끼고서 ‘퇴장! 단풍잎이 빨간 카드를 날리’는 심판관의 단호한 태도에 모두가 당황한다. ‘온몸에 빨간 카드를 뒤집어쓰고 우왕좌왕하는 좀비들’이 보인다. 시인은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으로 세상 현상을 보여주었다. 신호등을 연상할 수도 있다. 노랑색 경고장, 노랑 불은 멈추거나 되돌아 가야 하고 빨강 불은 완전히 멈추어야 다른 라인의 푸른 불이 기죽지 않고 안심하며 생기를 낼 수 있다.

색상으로 보여주는 동시가 간결하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랑에서 빨강으로 갔다가 이제는 백색으로 마무리한다. ‘머리 위로 폴폴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야, 쉬어야지’ 하며 ‘모두, 얼음!’이라고 구령한다. 물이 얼음이 되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멈추라는 것이다. 한 호흡 쉬어야 봄이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이 보내는 초록 카드는 햇빛과 산소의 청구서이자 재생 보증서이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