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소 비가 오지 않는 미국의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1시간 만에 25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7월 29일 캘리포니아 클래머스 국유림 산불은 축구장 1700개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고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유럽에선 40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1500명 넘게 사망했고 ‘만년설’ 알프스의 빙하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jtbc, 2022년 7월 31일).
지난 2018년 여름은 정말 더웠다. 미국 양대 과학기구로 꼽히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2016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으나 2018년에 3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고 발표했다(조선일보, 2018년 8월 11일). 그런데 올해는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남은 2018년보다 기온 상승세가 가파르다. 현재로서 여름 한복판으로 들어서는 8월까지 무더운 ‘더위 계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세계일보, 2022년 7월 4일).
뉴스에 비친 세계 각국의 이상기후 실태는 정말 심각하다. 이상기후 즉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온실가스 농도 증대로 보는 ‘인간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주요 원인론(主因論)’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주장은 6차례에 걸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그 중 하나가 ‘온난화 선도설’로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대에 의한 온난화 발생이 아니라, 반대로 온난화가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나 이산화탄소 농도 증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 것으로 킬링(C.D.Keeling) 등이 주장해왔다. ‘온난화 이익설’은 덴마크 통계학자 비요른 론보르그가 주장했는데 ‘온난화가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이 이산화탄소 탓인지는 알 수 없고, 지구 평균기온이 100년간 0.6℃ 상승하고 있지만 지구 각 지역의 기온이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학자 거우홍양(勾紅洋)은 『저탄소의 음모』(2011)에서 “선진국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내세우는 가장 큰 목적은 환경보호보다는 저탄소라는 카드를 이용해 중국과 같은 개도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저탄소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과학자 피어스 코빈은 겨울철 폭설이나 한파의 사례를 들면서 오히려 ‘지구한랭화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설(異說) 가운데 하나로 ‘원전마피아 개입설’이란 게 있다.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고 원전당국이 선전하는데 이는 원전마피아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2011)에서 이산화탄소 지구온난화설은 원자력에 악용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와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해 1988년에 설립된 IPCC가 2007년 발간한 ‘제4차 보고서’에서는 20세기 후반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100년마다 1.3℃, 최근 4반세기만을 생각하면 100년마다 1.7℃가 상승됐다고 발표했지만 IPCC가 의거하는 지상의 온도 관측 데이터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11월에는 지구온난화의 증거로 제시되었던 데이터가 실은 위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닉슨대통령 시절의 정치스캔들인 ‘워터게이트사건’에 빗대 ‘클라이밋(기후)게이트’라는 말도 나왔다는 것이다.
무로타 다케시(室田武) 도시샤대 교수도 「원전폐로의 경제학-위험한 저탄소언설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소고」(2011)라는 글에서 지구온난화설을 확산시킨 데는 원전추진파 학자의 숨은 역할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무로타 교수는 미국의 원자물리학자로 맨해튼계획에 참여했던 앨빈 와인버그(Alvin M. Weinberg, 1915~2006) 박사를 주목한다. 와인버그는 1942년 미국 핵개발프로젝트인 맨해튼계획의 하나인 ‘시카고파일1호(CP1)’ 원자로 최초 임계 성공실험을 한 시카고대학 야금연구소에 근무했다. 그 뒤 1946년 맨해튼계획을 이어받은 미국원자력위원회(AEC)에서 핵무기개발과 병행해 상업용원전의 개발 촉진에 나섰는데 가압수형경수로(PWR)의 실용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 뒤 미국에서는 원전의 안전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우려하는 과학자연맹(UCS)’이 조직돼 과학자들이 원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에 미국 내 원전의 신규 발주가 스리마일섬원전사고 나기 1년 전인 1978년에 멈췄다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 논란에 영향을 받아 AEC가 원전추진파와 원전규제파로 분리되는데 와인버그는 원전추진파인 에너지연구개발청(ERDA)으로 옮겨 1977년 사상 최초의 조직인 ‘이산화탄소의 지구규모의 영향에 관한 연구그룹’의 의장으로 취임했다. 이것이 이산화탄소를 문제시함으로써 원전추진을 도모하려는 오늘날 세계정치의 단서가 됐다고 무타로 교수는 보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원전이 침체기에 들자 와인버그는 1983년 ‘제2의 원자력시대’라는 논문을 펴내 프랑스와 일본의 원전 확대 사례를 적극 소개했다. 1977년 ERDA의 후신인 에너지부(DEO)가 와인버그가 속한 연구그룹의 이산화탄소연구를 계속했고, DEO 보험환경국 산하에 ‘이산화탄소 영향에 관한 연구와 평가프로그램’이라는 연구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그 뒤 DEO가 자금원조를 해 유럽에 기후연구유닛(CRU)이라는 연구자집단이 만들어졌으며, 1980년 영국에선 지구기온에 관한 본격적인 조사연구가 행해졌다. 이 CRU가 2009년 11월에 발생한 소위 ‘클라이밋게이트’의 무대가 된다는 것이다.
와인버그는 미국의 지구과학자 킬링(Charles Keelings, 1928~2005)의 연구테마에 주목했다. 킬링이 1958년 이래 하와이에서 이산화탄소 대기중 농도의 상승이 발견된다고 발표한 것을 미국 원전의 부활에 사용할 테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대기중 농도 상승으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난다. 그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다양한 위협의 크기에 비하면 원전이 가진 문제점 등은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와인버그가 생각한 것을 킬링이 자서전에 써놓았던 것이다.
이러한 와인버그의 생각이 그 뒤 원전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게 만든 연구 토대를 제공했다. 이러한 논리로 이명박 정부도 2008년 ‘저탄소녹색성장’을 천명하면서 ‘원전은 발전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원전증설을 정책의 기본으로 삼았고 윤석열 정부도 그 맥을 잇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원전은 전체 과정을 보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핵발전소에서 원자로를 가동시키려면 우라늄광산에서 우라늄을 채굴하는 단계에서부터 제련하고 핵분열성 우라늄을 농축하고 원자로 안에서 태울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하기에 이 모든 단계에서 방대한 자재와 에너지가 투입되고, 방대한 폐기물이 남는다. 또한 원자로 건설 및 운전에도 그러하다. 이 방대한 자재들을 공급하고, 시설을 건설하고, 운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결국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으로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원전을 ‘클린에너지’ 운운하며 모든 매체를 동원해 끊임없이 선전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이 그냥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로 믿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대한 온배수가 바닷물 온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뿐 아니라 원전이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추킨다는 주장도 있다. 보통 100만kW급 표준원전의 원자로 내부에는 300만kW 상당의 열이 발생하는데 이 중 100만kW로 전기를 만들 뿐 나머지 200만kW는 바다에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은 1초에 바닷물 70t의 온도를 7℃ 상승시키는데 이러한 ‘열오염’으로 원전 주변 바다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연구나 대책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바닷물에 녹아있기에 바닷물을 데우면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나오게 되기에 고이데 교수는 이 점에서 원전을 ‘바다 데우기 장치’라고 비판했다.
2021년 9월 현재 지구상에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415기로 세계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대 수준이다. 따라서 설령 원전 증설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전=클린에너지’ 주장은 원전의 확대를 바라는 ‘핵마피아에 의한, 핵마피아를 위한 논리’라고 할 것이다.
2018년 폭염으로 원전이 전기생산을 줄여야 하는 일이 생겼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dl(2018년 7월 27일)의 ‘폭염이 핵발전소를 곤경에 처하게 하다(Hot Weather Spells Trouble For Nuclear Power Plants)’라는 보도이다. 유럽의 원전이 평소보다 따뜻한 바닷물 때문에 전기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고, 핀란드, 스웨덴, 독일의 발전소들이 장기간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고온은 원자로 냉각을 바닷물에 의존하고 있는 원전에게는 나쁜 뉴스이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65마일 거리에 있는 로비자(Loviisa)원전은 수요일에 전력 생산을 처음으로 조금 줄였는데 바닷물이 식지 않아서 발전소는 목, 금요일에도 전력 생산을 계속 줄였다는 것이다. 이 원전은 2010년과 2011년에도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전력 생산을 감축했었는데 올해 열파는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우려하는 과학자연맹(UCS)’은 2011년 보고서에서 더 따뜻한 바다는 원전의 효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 기간에 원전은 가동 효율이 낮아지고 냉방용 전력수요가 증가해 이중 압박을 받게 된다. 냉각체제가 작동할 수 없으면, 원전은 어쩔 수 없이 가동을 중지하거나 발전량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이투데이(2022년 7월 31일)에 따르면 미국 시러큐스대학 등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화력·원자력 평균 발전용량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0.7~1.0% 줄었다. 논문은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발전용량이 0.8~1.2%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문제는 이상고온과 물 부족에 따른 화력과 원자력 전력 생산 차질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전=클린에너지’ 주장은 원전마피아의 자가증식을 위한 도그마임을 잊어선 안 된다. 원전 증설? 정말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해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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