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31) 청송 얼음골 인공암장과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3.29 10:56 | 최종 수정 2022.03.30 11:10 의견 0

봄 새싹이 움트고 남풍이 불어오니 이제는 추워서 떨며 다니던 겨울 여행 생각이 난다. 정말로 사람이란, 어찌 보면 이상한 동물인지도 모른다. 우선 코앞에 닥친 것에 부산스럽게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싫어하다가, 지나간 것에 대해서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관용을 베푸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겨울은 겨울답게 추운 게 제맛이고, 봄은 봄답게 따스한 햇볕이 쬐는 것이 제맛이다. 봄이 주위에 슬금슬금 거리더니 막상 곁에 바싹 다가서니 겨울 그 추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겨울은 뭐니 뭐니해도 꽁꽁 언 얼음이 먼저 생각난다. 골짜기 중에서 골짜기 청송 얼음골을 생각나게 한다.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팔각산로 228이다.

우리나라에는 한여름에 더우면 더울수록 돌 속에 얼음이 어는 곳이 경남 밀양 얼음골과 경북 의성 얼음골 등 20여 곳이 있다.

렌즈30-1. 산소카페청송군
 산소카페 청송군

‘청송 얼음골은 더울수록 돌 속에 얼음이 업니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오고, 여름철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나오는 특이한 기상 현상으로 인해 계절이 거꾸로 가는 곳을 얼음골(풍혈, 빙혈)이라 합니다. 응회암(화산재가 쌓여 굳어진 암석) 바위들이 쌓인 곳에 나타난다. 이처럼 절벽 아래나 산 사면에 암석들이 쌓여 있는 지형을 애추(너덜지대)라고 합니다. 비교적 두껍게 쌓여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의 틈새로 들어간 공기는 온도가 낮고 습한 지하의 영향을 받으며 바위틈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애추 지형의 아래쪽에는 차갑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면서 따듯하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는데, 이때 공기 중의 습기가 기화하면서 온도가 낮아져 얼음골이 형성된다. 또한 얼음골의 경사면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태양 빛이 잘 들지 않는 것도 얼음골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청송 얼음골에는 물맛도 좋고 건당에도 좋은 유명한 달기 약수터가 있고, 피서지로 인기 있는 탕건봉의 인공폭포는 겨울철 월드컵 빙벽대회가 열여 세계인이 찾는 명소이다.’<청송 얼음골 안내 표지 인용>

청송 팔경 중 하나인 얼음골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도 자리를 잡은 곳이며, 겨울에는 인공적으로 물을 뿌려 만든 빙벽의 아름다운 모습은 겨울 대표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1~2월에만 볼 수 있다.

렌즈30-2. 청송얼음골 아이스크라이밍 월드컵 경기장
청송 얼음골 아이스크라이밍 월드컵 경기장
렌즈30-3. 인공 얼음 클라이밍장
 인공 얼음 클라이밍장
렌즈30-3. 인공 얼음 클라이밍장
인공 얼음의 아름다움
렌즈30-5. 얼음이 조각품이다
얼음이 조각품이다

우선 주차를 하는 사이에 바깥으로 보이는 얼음 빙벽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산소 카페 청송군’이라는 표지판이 대표적인 로고로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바로 빨려들 듯이 인공 얼음벽 앞에 마주 서게 된다. 얼음쪽에는 안전지대를 확보하여 진입 금지줄을 쳐 놓았다. 그래도 몇몇은 안에 들어가서 사진 찍느라고 여념이 없다. 한 번씩 얼음 조각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얼마 전 빙벽을 오르는 사람이 추락한 뉴스를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안전은 자신이 지켜야 올바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빙벽을 오를 때는 얼음이 떨어질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또 오르는 사람들도 안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공 얼음벽 전체에 놀라고 또한 물줄기 하나하나가 만들어 낸 얼음 형상들이 눈을 확 끌어들인다. 물의 부드러움이 굳어진 모습이 얼마나 추워야 이루어지는지 상상하게 한다. 모양 하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슨 말인가 나에게 전해주려 하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 앞에 푸른 소나무가 얼음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청송을 대표하는 소나무처럼 늠름하다.

인공 암벽장 앞의 소나무

빙벽을 오르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더 좋은 구경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남는다. 암벽 오르기를 배우고 나서 겨울 빙벽 오르기를 배우려다가 그만둔 옛 기억이 새롭게 청송 얼음골 빙벽 앞에서 떠오른다. 슬며시 나 혼자 웃으며 빙벽을 바라보면서 한 발 한 발 오르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만족한 마음으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상상한다. 경기가 있을 때 오면 좋은 구경을 할 것인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시기를 맞추어 와야 한다. 참 시원한 바람이 한 줄기 얼음골을 스치고 지나간다. 산그늘이 인공 얼음벽을 서서히 덮고 있다. 꽁꽁 언 얼음을 두고 뒤돌아선다.

이제는 옥계계곡을 통해 동해 쪽 7번 국도를 향해 간다. 옥계계곡은 여름에 물이 많아서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계곡을 타고 물에 들어가서 계곡 따라 걷는 걸음은 여름의 별스러운 경험 호사이다.

또 팔각산이 있어 등산오는 사람들도 많다. 계곡 양옆으로 형성된 여러 모양의 하식동굴, 암괴(바윗덩어리), 포토 홀, 단애 등등 바위들의 향연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옥계계곡을 지나쳐 나오면서 우리나라 산과 계곡의 아름다움은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옥계계곡을 보면 무색할 정도다.

옥계계곡을 빠져나오자 장사 해수욕장이 나타나면서, 시원한 바다가 왼쪽 옆구리로 왈칵 와 안긴다. 산골을 보다가 푸른 바다가 보이니 눈이 확 트인다.

렌즈30-6. 이가리 닻 전망매 전경(위)
 이가리 닻 전망매

포항시 청하며 월포리 해수욕장을 거쳐 이가리 닻 전망대로 간다.

솔밭이 길 양옆으로 펼쳐져 있어, 차박이나 캠핑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이곳은 시간을 쪼개어 덤으로 구경하는 곳이다. 코로나로 찌든 사람들이 확 트인 곳을 찾아 숨통을 틔우고 있는 곳이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산 67-3번지에 위치한 이가리 닻 전망대는 푸른 해송과 아름다운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인근에 선박을 정착시키는 닻을 형상화한 전망대다. 높이 10m, 길이 102m 규모로 시원스레 펼쳐진 포항 앞의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런온'의 주요 촬영장소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핫플레이스다. 또한 이곳 전망대는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향하고 있고, 독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251km로 국민의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았다.

전망대에서 포스코 월포수련관 방면 400m 거리에 위치한 ’조경대‘는 조선 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청하 현감으로 2년간 머무를 때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안내 표지판>

렌즈30-7. 이가리 닻 전망대 모습(하)
이가리 닻 전망대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방금 산을 보던 마음과 정반대의 대조를 이루면서 탁 트인 바다가 더 정겹게 가슴에 확 느껴진다.

전망대에는 빨간 등대와 배를 조정하는 조향 장치를 형상화 시켜 놓았다. 그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지는 해에 비추는 바다는 약간 검푸른 색깔로 나타나고, 햇볕이 비추는 곳은 파랗게 드러내 놓고 있다. 멀리 양옆으로 바라다보이는 어촌 마을이 그림처럼 바다 위에 그려져 있는 것 같다. 왼편에는 거북 바위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다. 거북이는 우리 민족에게 장수와 재물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북바위는 용왕님을 만나러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렌즈30-9. 거북 바위
거북 바위
렌즈30-11. 겸재 정선이 자주 찾았던 조경대
겸재 정선이 자주 찾았던 조경대

푸른 솔밭과 어울린 바다는 휴식을 하기 좋은 자연의 품이었다. 붉은빛을 띤 해변 마을이 또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인다. 전망대에서 솔밭에서 마음껏 숨 쉬고 느끼면서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섰다. 요즘 불멍이니 무슨 멍이니 하는 멍이 유행처럼 번진다는데 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손증호 시인의 <수평선>이라는 시조가 떠오른다.

렌즈30-12. 동해 수평선
동해 수평선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수평선
               손증호

맑았다 흐렸다 뒤채는 입방아에도

위아래 굳게 다문 그 입술 참 무겁다

그렇지!

사내의 속내

저 정도는 돼야지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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